이영림 춘천지검장 "내가 특활비 없지, 가오가 없냐"며 檢 내부망에 작심발언
"尹 3분 발언 요청에 '돌아가라'니…일제 재판부도 안중근 끝까지 경청했는데"
반긴 尹측 "불공정, 졸속 헌재"…민주 "법치 부정, 검사복 벗어라" 중징계 요구
현직 검사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중인 헌법재판소를 "일제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고 비난하면서 정치권 공방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부끄러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끼라"고 헌재 압박에 가세했고, 야권에선 해당 검사장에 "일제치하 순사만도 못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이영림 춘천지방검찰청 검사장(54·여·사법시험 40회·사법연수원 30기)은 12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절차에 대한 존중이나 심적 여유가 없는 헌재 재판관의 태도는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며 "문형배 재판관은 지난 6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신문 이후 3분의 발언 기회를 요청한 대통령의 요구를 '아닙니다, 돌아가십시오'라며 묵살했다"고 문제 삼았다.
이영림(53·사법연수원 30기) 검사장이 새 춘천지방검찰청장으로 부임한 2024년 5월16일 강원 춘천지검 대회의실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이영림 지검장은 강원 강릉 출신이며 2005년부터 2년 간 윤 대통령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으로 함께 근무했다. 윤석열 정부 2년차인 2023년 9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3분 설명 기회마저 차단했다"며 "이같은 태도는 같은 날 청구인 측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법사위원장)의 요구에 응해 추가 의견 기회를 부여한 것과 극명히 대비됐다"고 지적했다.
이 지검장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암살로 재판받을 당시 재판부가 1시간30분 동안 암살 이유 진술을 허용했다면서 "재판부는 안중근 의사가 스스로 '할 말을 다 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할 때까지 안 의사 주장을 경청했다"며 "경청은 타인의 인생을 단죄하는 업무를 하는 법조인의 소양 중 기본"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절차법 분야에서만큼은 우주 최강 아니더냐"고 비꼬기도 했다.
그는 "'간첩질'을 해도 모든 주장을 다 들어주고,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모 정치인에게 방면의 기회를 주지 않았느냐"고 했다. '정치인 방면'은 2023년 9월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을 언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헌재는 이제 적법절차와 방어권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냐"며 "누군가를 희생양 삼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지검장은 "가뜩이나 지금의 헌재는 일부 재판관들의 편향성 문제로 자질이나 태도가 의심받고 있는데 절차적, 증거법적 문제를 헌재만의 방식과 해석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이 꼴을 보려고 내 할아버지가 의병을 일으킨 게 아니며 내 아버지가 자유를 위해 참전한 게 아니다"며 "내가 특활비·특경비가 없지 가오(체면, 폼)가 없나. 이왕 없는 거 가오만 키워야겠다"고 했다.
지난 2월1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사태' 계기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직접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헌법재판소 제공·연합뉴스>
이를 계기로 윤 대통령 측은 이날 법률대리인단 입장문을 내 "일제강점기 재판관보다 못하다는 헌법재판관은 부끄러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며 "헌재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양 삼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일침은 헌재가 깊이 경청해야 할 지적"이라고 반겼다. 헌재에 "재판의 기본을 무시하고 있다"는 학계 일각의 비판도 옮겼다.
윤 대통령 측은 "일반인이 아니라 법조인과 학자들까지 나서서 헌재 재판 진행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면 한 번쯤은 스스로를 성찰해야 할 시기임이 분명하다"며 "기계적 평등을 적용하며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불공정"등 헌재 공격을 이어갔다. 또 "공정한 판결을 하는 재판관은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다. 국민적 분노가 두려운 건 스스로의 결정에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에선 이지혜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참혹한 현실이 윤석열의 폭정과 위헌·위법한 내란에서 비롯됐는데 법을 집행하는 검사가 이런 혼란을 초래한 내란수괴를 감싸는 것도 모자라 헌재를 비난하며 안중근 의사까지 들먹였다"며 "조국을 강탈한 침략자를 처단한 독립투사와 헌정질서를 짓밟으려 한 내란수괴를 비교하는 게 정상적 사고냐"면서 "사법정의를 능멸하는 망발"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탄핵심판은 내란수괴 윤석열이 쏟아낸 허언과 궤변으로 차고 넘친다"며 "헌정질서와 법치를 부정하려거든 검사복을 벗으라. 법무부와 대검도 헌정질서와 법치를 부정한 이 지검장을 중징계하라"고 쏘아붙였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SNS를 통해 "헌재를 자기 노는 동네 이프로스에서 비난한 현직 검사장은 일제치하 순사만도 못하다. 쩨쩨하고 시시하다"며 이 지검장에 '사과'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