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다시 1조원대로 올라섰다. 새해들어 가계대출 관리 부담에서 벗어난 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풀자마자 오름 폭이 커진 것이다. 최근에도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내리는 추세다.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되기 전까지 주담대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904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7000억원 늘었다. 작년 12월(+8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2배 수준으로 커졌다. 주담대는 2023년 3월(+2조3000억원)부터 1년 10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1월부터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리셋(재설정)된 은행들이 일부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등 대출 빗장을 풀었다. 은행별로 대출을 내주는 조건이 다르지만 대체로 완화됐다.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취급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재개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선 '대출 오픈런' 현상까지 발생했다.
은행들은 최근까지도 주담대 금리를 조금씩 내리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비대면 주담대 주기형 상품 금리를 최고 0.6%포인트(p) 인하하며 신규 대출과 갈아타기에 모두 적용키로 했다. 대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고 0.2%p, 비대면 신규 전세대출은 최고 0.5%p, 비대면 대환 전세대출은 최고 0.3%p 각각 인하한다.
지난달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가산금리를 내렸다. 신한은행은 주담대(금융채 5년물 한정) 가운데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가산금리를 0.1%p,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0.05%p 각각 낮췄다. 우리은행은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가산금리를 각 0.2%p, 0.01~0.29%p, 0.23%p 인하했다. 기업은행은 주담대, 전세대출 가산금리를 각 0.3%p, 0.2%p 내렸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조만간 가산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은행들의 대출금리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작년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 금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는 7월 전까지 주담대 증가 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규제가 시행되기 전 상반기에 '막차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월부터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에선 새벽부터 대출 대기를 하는 오픈런이 벌어졌다. 시중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낮춰 이사를 가려는 사람들이 다시 주담대를 알아보는 경향이 늘었다"며 "상반기 동안 주담대 증가 폭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스트레스 3단계가 시행되면 다시 대출이 막히기에 그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