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2일 주택 수요가 몰리는 강남 일대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면서, 향후 집값 변동 추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으로 수요자들이 본격적인 매수에 나서며 당분간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이기 때문에 해제 인근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들 지역에선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호가가 1억~2억원씩 상승했으며, 신고가 거래도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해제 대상에 포함된 잠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해제 결정 이후 문의 전화가 폭발적으로 오고 있다"며 "매물을 일단 거둬들이겠다, 호가를 높이겠다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팔려고 했던 사람들도 보류하겠다고 한다"며 "내일이나 모레쯤 되면 이런 움직임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이런 흐름이 감지된다.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124㎡는 작년 12월 최고가인 37억5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37억원에 또 거래됐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는 올 초 52억9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종전 최고가를 갱신했다.
호가도 이전 거래가보다 1억~3억원씩 높게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2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의 매매가격지수가 전주보다 0.02% 오른 가운데 송파구는 잠실과 신천동 위주로 0.13% 상승했다. 서초구는 서초, 잠원동을 중심으로 0.06% 오르며 평균치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해제 결정으로 높아진 시장 호가에 맞춰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층이 본격적으로 '갭 투자', '원정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갭 투자라든지 지방 외지인의 매입이 단기적으로 늘어나며 일시적인 주택 가격 과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매수세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며 2차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대감 영향으로 이미 가격이 오른 데다 현재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해 거래가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래는 늘어날 수 있지만 가격이 일부 선반영돼 있어 크게 오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해제 지역을 중심으로 전·월세 공급이 늘어나며 '가격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집값 상승이 나타나더라도 이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 부작용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또 작년부터 대출 축소 등 규제 기조를 감안하면 당장의 큰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권준영기자 kjykj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