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청문회서 '신중모드' 확인
"인플레, 목표수준 위에 머물러"
시장, 5월 금리동결 79%로 상향
"올해 인하 韓 3~4회·美 0~1회"
한은, 금리차 커져 환율 딜레마
"인플레, 목표수준 위에 머물러"
시장, 5월 금리동결 79%로 상향
"올해 인하 韓 3~4회·美 0~1회"
한은, 금리차 커져 환율 딜레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2%)를 웃돌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1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이 올해 잘해야 한차례 정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부양을 위해선 금리 인하가 절실한 한국은행의 운신폭은 더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IB들은 한은이 올해 3~4차례 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미 경제 강하고, 인플레는 목표 수준 위에 머물러"= 파월 의장은 이날 "연준의 현 통화 정책 기조는 이전보다 덜 긴축적이며, 경제는 여전히 강하다"며 "우리는 정책 기조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 긴축 정책을 너무 빠르거나 너무 많이 완화하면 인플레이션 억제 진전을 저해할 수 있고, (반대로) 긴축 정책을 너무 느리거나 너무 적게 완화하면 경제 활동과 고용을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지난 2년간 상당히 둔화했다"면서도 "연준의 2% 장기 목표에 견줄 때 다소 높은 상황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통화 정책 목표 달성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2.6%를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반영하는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작년 12월 2.8%로,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파월 의장은 "경제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는 고용 극대화와 물가안정이라는 두 정책 목표를 최적으로 달성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만약 경제가 여전히 강하고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책 긴축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 때 밝힌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또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과 관련, 통화정책에 대한 연준의 권한을 방어하면서 백악관과 일부 연방의원들의 연방정부의 차입 비용 절감 요구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우리의 일을 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정치에서, 선거에서 벗어나 있고, 어떤 정당을 유리하게 하거나 해치지 않으려고 하고 단지 데이터에만 집중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정책을 만들고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회 위원 7명 중 한 명을 해임하는 결정을 한다면 "이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업무중단 조처를 내린 소비자금융보호국(CFPB)과 관련한 질의에도 "다른 연방 규제기관에 관해 언급할 수 없다"라며 답변에 선을 그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관한 의원들 질의엔 "연준의 일이 아니다"며 직접적인 평가를 삼갔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일반적인 자유무역 사례들은 논리적으로 여전히 타당하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한 대국(大國)이 존재할 경우 그다지 잘 작동하지 않았다"라며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부정적 영향을 우회적으로 우려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하 결정에 신중한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기대를 강화했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 따르면 이날 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5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4.25∼4.50%로 동결할 확률은 전날 72%에서 이날 오후 79%로 높아졌다.
◇ 운신폭 더 좁아진 한국은행= 이처럼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면서 한은의 딜레마는 더 커지고 있다. 얼어붙은 내수를 부양하려면 금리 인하가 시급한데 그럴 경우 한미간 금리격차가 커져 달러화가 유출, 원화 환율의 상승(원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원화 환율은 12일 달러당 1453.4원에 이르면서 수입물가를 자극, 식료품 등의 가격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한은의 무게중심은 금리 인하에 쏠려 있다. 자영업자의 몰락, 내수 기반 위축 등 경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바클리, 씨티, 골드만삭스 등 주요 IB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올 1분기와 2분기에 각 0.25%포인트(p)씩 총 두차례 금리를 낮춰 상반기 금리가 3.00%에서 2.5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3~4분기 전망은 다소 엇갈렸다. 바클리와 노무라는 한은이 2분기 말에 이어 3분기 말에도 기준금리를 2.50%로 유지하고, 4분기 들어 2.25%로 한 차례 더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BOA와 골드만삭스, HSBC는 한은이 2분기 말 2.50%에서 3분기 말 2.25%로 인하하고, 연말까지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와 JP모건은 3분기 말 연 2.25%, 4분기 말 2.00%로 전망했고, ING는 3분기 말과 4분기 말 각각 연 2.00%로 예상했다.
결론적으로 한은이 올 연말까지 금리를 현행 3.00%에서 2.00~2.25%까지 0.75~1.00%p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0.50%p를 낮추는 '빅컷'이 없다고 가정하면, 연내 서너번 금리 인하를 전망한 셈이다. 국제금융센터 박승민 연구원은 "탄핵 정국이 전개되면서 정치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IB들이) 주목했다"며 "정책 당국의 대응으로 금융시장은 안정적이지만,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 타격이 불가피하며, 통화·재정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라고 전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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