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야 딜레마…민주당 오르지 않는 지지율, 국힘은 `반탄집회`

입력: 2025-02-12 19:20 김세희 기자

폰트

기자 구독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모두 딜레마에 빠졌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실용주의'와 '우클릭'을 기치로 내세우는 더불어민주당은 중도층과 강성 지지층 사이에 갇혔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기류를 탄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지만, 중도 확장성 문제와 당내 반발로 인해 '탄핵 반대' 집회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요동치는 민심과 당내 사정으로 확실한 선택지를 정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집토끼'와 '산토끼' 사이에 갇힌 민주

민주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연일 '탈이념', '실용주의', '친기업' 등을 표방하는 우클릭 행보에 나서고 있다. 논란이 거센 반도체 분야의 '주52시간 근로 예외 적용'과 관련해서도 기존과 달리 열린 태도를 보이고, 청년층을 겨냥한 주4일제도 내세웠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진보 진영에서 고수해 온 친중 노선 대신 친미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한·미·일 협력과 대일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에 밀착한 여당 지도부의 행보로 강성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가운데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를 공략해 지지율 정체를 타개하겠다는 승부수다.

다만 민주당의 의도처럼 정국 주도권이 넘어오질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계속 민주당을 앞서고 있으며, '정권 연장(재창출)' 의견도 '정권 교체' 응답률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민주당의 '우클릭'에 중도층이 크게 호응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의 정책 기조를 표심을 얻기 위해 곧바로 뒤집는 행보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박구용 교육연수원장의 서울 서부지법 폭력사태를 옹호한 일부 2030세대를 겨냥한 '2030 고립' 발언, 카카오톡 검열 논란 등 지금까지의 각종 악재가 20대와 30대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지지층의 반발이다. 이 대표가 우클릭을 하면서도 지지층인 진보층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선택하지만,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다 '샌드위치'가 되는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실제 민주당의 지지층인 노동계는 이 대표가 반도체 연구·개발(R&D) 노동자 중 고소득·전문직에 한해 주 52시간 적용 예외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입장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의 노선을 고수하다보면 '산토끼' 표심이 의식되고, 우클릭을 하다보면 '집토끼'의 반발이 신경쓰인다"며 "지지율까지 정체되니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尹 탄핵 반대 집회 적극 참여하지 못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고무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지도부는 갈팡질팡하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중진 만찬 회동에서도 당 차원에서 집회를 주관하거나 적극 참여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집회 관련 언급을 삼가는 등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이 탄핵 반대 집회와 거리를 두지도 않는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최근 탄핵반대 집회를 비판한 언론을 겨냥해 '극우몰이', '편향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집회에 동조하지도, 완전히 거리를 두는 것도 아닌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태도의 배경엔 전략적 차원의 고심이 녹아있다. 집회에 적극 참여할 경우 친한(친한동훈)계가 이탈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내란특검법'을 재표결 할 때 단 2표 차이로 부결된 경험 때문이다. 최초 가결 당시에도 국민의힘은 특검법에 반대했으나, 안철수·김예지·김용태·김재섭·한지아 의원 등 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끌어하는 행보를 할 경우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이달 내 처리할 방침이다. 친한계의 이탈 등으로 특검법이 통과되면 당내 대권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당이 극우로 흘러간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오 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중도층이 표심을 어느 정도 가져올 수 있는 후보들이 등판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결집하는 지지층도 잡고, 중도층을 이탈하는 행보도 하지 않은 채, 탄핵이 인용되면 대선 국면에서 중도 확장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