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을 전제한 '조기 대선'과는 선을 긋고 있지만, 여권 잠룡들이 사실상 경쟁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작년 7·23 전당대회 윤심(尹心) 당권주자로 나섰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반년여 간의 잠행을 깨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는 헌법으로부터 도망다니는 헌법도망소"라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중인 헌재 재판관 8명에게 "재판독재"라고 일갈했다.그는 헌재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정족수를 최우선 판단할 것과, 마은혁 후보자 등 재판관 3인 임명절차 무효화, 대통령 변론기일과 심리시간 보장 등을 요구했다. 대선 준비란 시각엔 일단 선을 긋되 "공정한 헌법재판이 이뤄진다면 대통령이 복귀할 수 있다"고 강성보수층에 구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헌법 개정 화두를 던졌다. 그는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열고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입법·행정뿐 아니라 세입·세출 권한까지 이양하는 과감한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기 대선의 경우 "헌재에서 결론이 난 다음 얘기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토론회엔 당 지도부와 중진 및 초·재선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 이날 SNS로 "탄핵심판이 점점 수긍하기 어려운 파행국면"이라며 전·현직 대통령들이 "당내 배신자들 때문에 치욕 당한다"고 '배신자론'을 재점화했다. 당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사실도 부각됐다.
5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의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불허 논란에 "탄핵을 반대하면 극우라고 몰고, 광주시민이 아닌 것이냐"며 성토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중인 헌재엔 "일종의 제왕적 헌법재판소"라고 비판했다. 강성 친윤(親尹)지지층에 잇따라 호소한 셈이다.
비주류 진영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반윤(反윤석열)으로 분류돼온 유승민 전 의원은 13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리는 '영락회 포럼' 특강과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유 전 의원은 경제학자였던 자신을 2000년 영입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지난 설 연휴 예방해 정국을 논한 것으로도 알려졌다.안철수 의원은 조기 대선을 전제로 직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 YTN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탄핵 반대집회에 참석하거나 윤 대통령을 구치소 면회한 데 대해 "'계엄옹호당'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야만 다음 대선에 승산이 있다"며 "중도 확장성이 큰 후보가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주자 1위로 회자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외엔 발언을 삼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저지를 주도한 한동훈 전 당대표는 잠행 중 각계 전문가와 보수원로를 만나 주목받았다. 이르면 2월 하순 복귀 관측이 나온 가운데, 서울시장 출마설엔 측근 신지호 전 의원이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워장이 12일 서울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관련 헌법재판소 규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