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명태균 특검법)'을 단독 상정했다. 야6당(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진보당·사회민주당) 주도로 지난 11일 특검법이 발의된 지 하루 만이다.
법사위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명태균 특검법'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재석위원 10인 중 찬성 10인으로 가결됐다. 여당 의원들은 표결에 반대하며 퇴장했다.
야6당은 전날 국회 의안과에 명태균 특검법을 제출했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경선 과정에서 활용된 불법·허위 여론조사에 명 씨와 윤석열 당시 후보 및 김건희 여사 등이 개입돼있다는 의혹을 수사한다. 명 씨가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공천개입 등 이권 및 특혜가 거래됐다는 의혹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할 수 있게 한 만큼 명 씨가 자신의 여론조사로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영교 의원은 해당 법안을 제출하면서 12·3 비상계엄 선포 배경에 '명태균 게이트'가 촉발점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상정된 특검법은 제1법안소위에 회부돼 심사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달 내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으로 오는 19일 전체회의에서 의결을 시도할 전망이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상정하는 게 민주당이 목표로 삼을 시간표"라고 설명했다.
국회법 59조에 따르면 제정안은 위원회에 회부된 날로부터 20일이 지나지 않으면 상정될 수 없지만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위원회의 의결이 있으면 상정할 수 있다. 명태균 특검법은 제정안인 만큼 숙려기간이 필요하지만 민주당 주도로 상정을 의결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특검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장동혁 의원은 이날 표결을 앞두고 퇴장하기 전 의사진행발언에서 "전날 발의한 법안을 오늘 올려 다음 주에 처리하겠다는 것은 이 대표가 대선으로 가기 위한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국회법이 정한 숙려기간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며 "민주당이 사실상 국민의힘을 직접 수사할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법안은 야당이 발의한 27번째 특검법으로 위헌·위법적 요소가 가득하다"며 "이미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돼 부결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재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전제로 우리 당의 여러 빌미를 잡아 잠재적인 경쟁자들의 손발을 묶어놓기 위해 이런 법을 발의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가안보나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되든 말든 오로지 탄핵, 오로지 특검만 외치는 민주당이 바로 나라를 혼란케 하는 '화적당' 아니냐"며 "명태균 의혹이 사골국도 아니고 왜 이렇게까지 우려 먹냐. 명태균 특검법은 '이재명태탕'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씨 관련 의혹은 이미 창원지검에서 수사 중에 있다"며 "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을 강력한 단일대오를 통해 헌법 절차에 따라 반드시 폐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여당 의원들이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 상정안 표결이 시작되자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