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 출범을 앞두고 증권가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거래시간 확대만으로 유동성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필수적이며 장기적으로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맞서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내달 4일 영업을 시작, 한국거래소가 68년간 독점하던 국내 증권거래시장이 경쟁 체제로 돌입한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넥스트레이드 출범을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국내 자본시장도 복수시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증권사는 자본시장법상 '최선집행의무'를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주문을 가장 유리한 조건에서 체결할 수 있도록 사전에 기준을 마련해 공표하고 그 기준에 따라서 시장을 선택해 주문을 제출해야 하는 의무다.
키움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자체 자동주문전송(Smart Order Routing·SOR) 시스템을 구축했다. SOR 시스템은 투자자의 주문을 거래소별 시장 상황을 분석해 최선의 거래소를 선택하고 주문을 배분해 체결한다. 키움증권의 SOR 시스템은 고객의 투자전략에 따라 다양한 투자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인화 맞춤 설정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매매체결방식에 따라 주문을 집행할 수 있는 거래소를 고를 수 있는 식이다.
키움증권을 제외한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은 넥스트레이드의 '넥스트SOR'을, NH투자증권은 코스콤SOR을 선택했다. 다만 증권사마다 넥스트레이드 시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다른 것으로 포착된다. 넥스트레이드 시장 참여 의사를 밝힌 증권사는 총 32개사인데, 전체 시장에 가장 먼저 참여하겠다고 밝힌 증권사는 15곳이다. 프리·애프터마켓만 우선 참여하고 오는 9월부터 전체시장에 참여하는 증권사는 13개사, 9월에 전체 시장을 참여하겠다고 알린 곳은 4개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는 새로 열리는 시장을 먼저 선점해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빨리 대응하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아직 넥스트레이드에 기대가 부족해 시장의 반응을 보고 뒤늦게 진입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증권사들은 일부 시장에만 참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처음 도입되는 대체거래소 체제에 증권가에서도 우려스러운 분위기가 팽배하다. 과거 한국거래소는 거래량을 늘리고 중화권 시장과의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거래시간을 6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늘렸다. 그러나 의도한 만큼 주식거래량은 늘어나지 않았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전에도 거래량을 확대하겠다고 거래시간을 늘렸는데, 거래량에는 변동이 없었다"며 "하루종일 매매를 하는 단타족이 아니라면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줄고 해외 주식 투자가 늘고 있는 추세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시간을 늘린다는 것만으로 국내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기 위해 대체거래소가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해외 주요 자본시장에선 대체거래소가 있는데 한국만 없었다"며 "정규 거래소와 경쟁하는 복수시장 체제가 도입되고 대체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 늘어나면 투자자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기대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