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비이성적이고 감정적 모습으로 명예훼손"
영풍·MBK "최 회장, 근거없는 거짓 정보 생산·확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회장 등 최 씨 일가와 영풍·MBK파트너스(이하 영풍 연합)의 갈등이 장기화 하고 있다. 쌍방 '여론 호도' 주장으로 연일 날선 공방을 지속하자 일각에선 피로감이 증폭된다는 반응이 목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의 갈등은 지난달 23일 열린 임시주주총회 이후 한층 격화된 모양새다. 최 회장측은 앞서 이뤄진 임시 주주총회와 관련해 적법한 경영권 방어였음을 강조하는 반면 영풍·MBK파트너스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은 서로가 근거 없는 거짓 정보를 생산·확대하며 '여론 호도'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이 사실왜곡에 기반한 보도자료로 여론을 호도하며 (고려아연이) 우호 주주를 동원해 소액주주보호 명문화 안건을 반대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도 저질렀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모습으로 명예훼손 수준의 행위를 스스럼 없이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MBK·영풍 측이 제안했던 집행임원제를 오히려 반대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고려아연은 "집행임원제 역시 상대 측이 찬성했다면 가결 요건을 갖출 수 있었지만 이 마저도 자신들이 제안한 안건을 스스로 걷어찼다"며 "지난해 12월 MBK 기자간담회에서 주주가치 보호 방안 중 하나로 액면분할을 거론하며 고려아연의 제한된 유통주식 수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 역시 반대하며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지속해서 연출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영풍 연합은 "영풍 연합의 반대로 인해 소액주주보호 명문화 안건이 부결됐다는 최 회장 측 주장은 거짓이며, 허위일 뿐"이라며 "실제 최 회장 측 우호주주로 대표되는 그룹계열사들이 반대 의사를 표해 부결되는 결과가 빚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 측은 자신들이 저지른 임시주총 관련 중대한 위법행위들로 인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일반공모 유상증자사태 때보다 더더욱 수세에 몰리자, 여론을 호도하고자 근거 없는 거짓 정보를 생산·확대하고 있다"며 "심지어는 MBK파트너스의 직원이 미공개정보를 지인들에게 넘겨서 그들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근거 없는 허위 정보까지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과 투자자들의 피로감은 높아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투자 심리 위축 가능성은 물론 주주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신사업 추진 속도 둔화 위험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분쟁이나 갈등의 장기화는 기업 대외 이미지는 물론 내부 직원들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보인다"며 "시장과 주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조속한 해결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