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 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지난해 연말부터 추진한 합병이 결국 2달 만에 무산됐다. 혼다의 흡수합병 제안에 닛산이 반발하면서,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 완성차 그룹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자동차는 1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협의 중단을 공식적으로 결정했다. 혼다와 닛산은 지주회사를 2026년 8월에 설립하고 양사가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방향으로 경영을 통합하는 협의를 시작한다고 지난해 12월 23일 밝힌 바 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도 합류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혼다와 닛산은 협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고, 경영 통합 방향성 발표 시기를 지난달 말에서 이달 중순으로 미루면서 분열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혼다와 닛산은 협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고, 경영 통합 방향성 발표 시기를 지난달 말에서 이달 중순으로 미루면서 논의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닛산의 자구책에 만족하지 못했던 혼다는 협의에 속도가 나지 않자 닛산을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에 대등한 통합을 희망했던 닛산 측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그 결과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회장은 지난 6일 혼다 측에 합병 협의 중단 방침을 전했다.
이로 인해 2023년 판매량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업체를 만들겠다는 '세기의 통합'은 무산됐다. 혼다와 닛산은 일본 자동차 업계가 미국 테슬라, BYD(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신흥 전기차 업체 등에 밀리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통합을 추진했다.
혼다와 닛산의 지난해 세계 판매량은 각각 380만7311대와 334만8687대로 427만대를 판 BYD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하지만 합병이 무산되면서 혼다와 닛산은 다시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세계 생산능력의 20%와 직원 9000명을 줄이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던 닛산이 향후 어떤 생존 전략을 모색할 것인지 주목된다.
한편 닛산 경영에 참여하려는 것으로 알려진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 류양웨이 회장은 전날 대만에서 취재진에 닛산 최대 주주인 르노 측과 접촉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인수가 아닌 협력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우치다 마코토(왼쪽) 닛산 사장과 마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지난해 8월 1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혼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