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급물살을 타면서 전자기기·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반도체업계에서는 기존 동유럽에서 공급받던 반도체 핵심 소재 네온가스와 팔라듐 수급이 용이해질 수 있어 긍정적인 모습이다. 전자업계에서도 동유럽 판매망을 회복하고, 물류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13일 시장조사업체 시그마인텔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 매출액 6750억달러(977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시그마인텔은 "러·우 전쟁 종식과 중국 정부의 무역 보조금 정책 등으로 소비자용 전자제품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올 2분기부터 범용 반도체 수요가 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수요가 2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의 전망도 비슷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달 스마트폰·PC 업체들의 메모리 모듈 재고는 지난해 하반기 최고치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며 "2분기부터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 건전화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러·우 전쟁 영향이 2023년 반도체 다운턴(불황)으로 연결된 측면이 있었다"며 "반대로 전쟁이 종식되면 그간 낮아졌던 수요가 회복돼 D램과 낸드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러우 전쟁이 종식 후 반도체 핵심 소재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앞서 반도체 소재 네온과 팔라듐의 가격은 러우 전쟁 발발 1개월 새 4배 이상 급등했는데, 소재 가격이 하락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네온의 70%는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며, 팔라듐 생산의 40%도 러시아에서 이뤄진다.
반도체업계 다른 관계자는 "러우 전쟁이 종식되면 여러 반도체 원자재를 전쟁 전보다 싼 값에 공급받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전자기기 수요도 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가전제품을 팔지 못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러시아는 한국산 스마트폰과 TV를 납품 받는 주요 국가 중 하나였는데, 전쟁 발발 이후 판매를 아예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쟁 종식 후 판매가 다시 가능해지면 이는 전자기기와 반도체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