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투자자, 투자·재무 목적 매매거래 하반기부터 가능
"가상자산 현물ETF, '2단계 법안' 논의 후 검토"
"가상자산 현물ETF, '2단계 법안' 논의 후 검토"
13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주재하고 "상반기부터 법집행기관, 비영리법인, 가상자산거래소에 한해 현금화 목적의 매도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간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는 2017년 정부의 규제에 따라 원칙적으로 제한됐다. 당시 정부는 개인에 비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는 자금세탁·시장 과열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과열된 투기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금지했다. 이에 현재까지도 은행들은 관행적으로 법인 명의의 실명계좌 개설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또한 해외에서는 주요국들이 법인의 시장 참여를 폭 넓게 허용하고 있는 점, 국내 기업에서도 블록체인 관련 신사업 수요가 증가하는 등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점 등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용자 보호와 시장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법인의 시장참여를 점진적으로 허용하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마련했다.
법집행기관(검찰·국세청·관세청)과 지정기부금단체·대학교 학교법인·가상자산거래소는 2분기부터 현금화 목적의 매도 실명계좌를 발급할 수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수수료로 받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해 인건비·세금 납부 등 경상비로 사용할 수 있다.
검찰 등의 법집행기관은 대부분 업비트와 연동된 케이뱅크를 통해 법인 계좌를 발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법인 계좌가 한 거래소로 몰렸을 때 시장 점유율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2단계 법안'에 영업규제, 진입 규제 등 가상자산사업자 독과점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2단계 법안 마련을 진행하면서 건전한 시장 질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그 전에도 (독과점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법집행기관과 비영리법인의 매매 거래는 향후에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이들의 가상자산 거래는 허용이 안 된다고 보면 된다"며 "비영리법인이 기관투자자 요건을 만족하면 되겠지만, 일반적인 비영리법인이 그 요건을 만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매 가능한 가상자산도 종류를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위원장은 "내부통제기준을 세울 것이고 투자·재무목적의 경우에도 모든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거래를 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 과열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위험감수 능력을 갖춘 일부 기관투자자에 대한 투자·재무 목적으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적으로 허용한다. '시범 허용'으로 한정한 이유에 김 부위원장은 "일반 법인에 가상자산 매매를 허용한 것이 아니기에 시범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하반기에 가상자산 매매가 가능한 법인은 3500개 정도다. 이 중에서도 필요한 경우 매매를 제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이 아직 안 돼 있어서 규율체계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라며 "전반적인 허용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유관기관인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가상자산 현물ETF 도입을 바라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이날 역시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자산 현물ETF를 도입하게 되면 법인과 개인 등 많은 사람들이 거래를 하게 된다"며 "법인계좌 허용 같은 근본적인 부분들을 먼저 논의한 다음에 가상자산 현물ETF 같은 자유롭게 거래되는 것들에 대한 규율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단계 법안이 어느 정도 논의된 이후에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가상자산위원회는 이날 가격 급변동(상장빔) 현상, 단독 거래지원 경쟁으로 인한 심사부실 등의 문제도 거론했다. 신규 거래지원 직후 가격 급변동(상장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의 유통량을 확보하고, 거래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기준을 강화하며, 심의 과정의 충실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의과정 문서화 등 거래지원 심의절차를 내실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와 함께 '토큰증권 제도정비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현재 국회에 토큰증권을 전자증권의 한 형태로 수용하고 증권사 연계 없이 토큰증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도입하는 등 토큰증권을 제도화를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김 부위원장은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신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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