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계좌 200여개, 가상자산 매도 가능…업비트 독점 우려하는 당국
가상자산 현물ETF 도입, 신중 또 신중…"도입 안 한 국가 있다"
가상자산 현물ETF 도입, 신중 또 신중…"도입 안 한 국가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세계적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도입 안 한 국가도 있다"고 짚으며 도입 시기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3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부터 현금화 목적의 법인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발급 대상은 법집행기관, 지정기부금단체, 대학교 법인, 코인 거래소다.
그간 은행은 자금 세탁 위험 등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법인 실명 계좌를 발급하지 않았다. 가상자산을 원화로 사고 팔려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은행에서 거래와 연동되는 실명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검찰, 국세청, 관세청 등 법집행기관은 범죄수익 몰수·추징한 가상자산 매도용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대학은 매도용 계좌도 개설하지 못한 채 기부받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서울대 등 국내 주요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은 60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법인 계좌 허용으로 200여개의 법인 계좌가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법집행기관 법인계좌는 국세청 180개, 검찰 10개, 관세청 4개, 지자체 3개 등이다. 비영리법인인 대학교는 4개, 지정 기부금단체는 극소수로 파악된다.
대부분의 법집행기관은 케이뱅크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추정된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방검찰청과 세무서 등 49개 국가기관이 케이뱅크에 가상자산 법인 실명계좌를 개설했으며 법인계좌 수는 지난해 말 6000좌를 넘었다. 예치된 법인 예수금은 6000억원에 달한다.
법집행기관의 매도 거래가 시작되면 업비트로의 거래 집중이 예상된다. 이는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어 대규모 자금 이동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업비트의 점유율은 67.70%, 빗썸의 점유율은 30.07% 수준이다. 코인원은 1.75%, 코빗 0.37%, 코인원 0.09%이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독과점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법인 계좌를 통한 거래가 시작될 경우 특정 거래소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시 영업규제, 진입 규제 등 가상자산사업자 독과점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가상자산 현물ETF 도입도 거론됐는데, 금융당국은 재차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최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에서 가상자산 현물ETF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지와는 다른 행보다. 올해 초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가상자산 현물ETF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은 "전반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말씀을 계속 드렸고 현재에도 큰 맥락으로 보면 비슷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가상자산 현물ETF을 도입하는 건 법인·개인 등 많은 투자자가 매매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법인 계좌 허용 이슈를 오늘 말했으니 가상자산 현물ETF 도입은 2단계 법안이 논의된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은 "아직 도입 안 한 국가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홍콩, 캐나다 등에선 가상자산 현물ETF 거래를 허용하지만, 영국, 일본 등은 도입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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