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염불보다 잿밥… 野 대선용 `35조 추경`

입력: 2025-02-13 14:54 전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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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포기한다했다가 편성
전체 68% 단발성 현금퍼주기
"지급된 돈 해외에서 소비경향"
'조기대선' 염두 '이재명 득표용'

더불어민주당이 13일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정부여당에 제안했다. 전체 추경 중 43%인 15조원이 민생회복소비쿠폰 등에 책정됐다. 포퓰리즘 퍼주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재명 대표는 지역화폐사업 때문에 정부여당이 추경을 반대한다면 이를 포기하겠다고 해놓고선 이번에 이름만 바꿔 15조원이나 편성했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 지사 시절 시행해 개인적 인기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이 대표는 총선과 대선에서 지역화폐사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정책적 효과는 회의적임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연구결과로 밝힌 바 있다.

전체 예산의 68%인 24조원이 단발성 민생 지원으로 편성된 것도 지적된다. 12·3비상계엄 및 제주공항 여객기 사고와 관련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 보상 지원금, 서민금융과 장애인 예산 증액 등 취약계측 지원, 장병 처우개선 및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 딥페이크 성범죄 등 국민안전 강화를 위한 예산 등이 담겼다. 장애인과 장병 지원 등 시급한 용처도 있지만 인기영합적 현금 살포라는 비판을 받는다. 전체 추경의 11조원(32%)만이 공공주택, SOC 투자, AI 연구개발(R&D) 예산증액 등 경제성장 촉진 분야에 편성됐을 뿐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이 대표가 주장해온 기본소득 개념의 연장선이다. 취약층 선별적 지원이 아닌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을 못박았다. 여기에 더해 약간의 차별성을 두어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추가 1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하기 위한 2조원 규모의 예산도 추가했다. 전형적인 '이재명식' 추경이다.

정부여당 역시 추경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국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정부도 민생이 어렵고 글로벌 교역에 불확실성이 있으니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국정협의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거기서 추경의 기본 원칙을 협의했으면 한다"고 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추경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현금 살포에 치중한 추경은 경기진작과 민생이란 이름으로 야권에서 관측하는 '조기 대선'을 대비한 이재명 대표의 대선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당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추경이 필요하다면서 왜 반도체기업 연구원의 주52시간제 예외 도입을 반대하느냐고 비판한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추경을 하자면서 왜 지난해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지역화폐는 신규 소비가 창출되기보다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화폐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에 비해 사실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며 "꼭 필요한 소비를 지역화폐로 하고, 창출된 돈을 오히려 해외 등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짚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이번 민주당의 추경 제안에 대해 "예산 규모가 너무 크고 포퓰리즘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목까지 정해 일방적으로 제안한 민주당의 추경은 헌법의 정부 예산편성권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대선에 과몰입돼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민생구제라는 염불보다 대선가도라는 잿밥에 정신이 쏠린 게 아니댜는 지적이다.

전혜인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