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8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변론기일을 마친 헌법재판소가 변론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9차 변론기일은 18일 오후 2시로 잡혔다.
그러나 9차가 최종 변론기일이 될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지호 경찰청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는 요구하고 있기 때무니다.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면 최종 변론기일은 달라질 수 있다. 18일로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심판 결과는 이르면 3월 초 나올 수 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8차 변론기일에 "위법하고 불공정한 심리를 계속하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윤 대통령 측은 중대 결심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박근혜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선례에 비춰 대리인단 총사퇴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13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지금 헌재는 헌법재판소법을 비롯한 명문의 법률 규정을 위반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위법·불공정한 심리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빠른 결정보다는 신속하고 공정한 심리, 정확하고도 정치적 중립성을 겸비한 심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그 결정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어야만 헌재의 존재 의미가 있다 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심리가 계속된다면 대리인단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이날 '중대 결심'의 구체적인 의미는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선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 거론됐던 '대리인단 총사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박한철 헌재소장이 본인의 임기 만료 및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일정을 언급하며 "3월 13일 선고를 해야 한다"고 밝히자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이후 변호인단 내부에서 총사퇴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실행하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사퇴할 경우 헌재 탄핵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25조 3항은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 자인 사인(私人)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으면 심판청구를 하거나 심판 수행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가 변호사 자격이 있는 경우는 예외다. 윤 대통령이 변호사 자격이 있어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헌재가 이미 예정된 변론을 대부분 진행한 상태라 대리인단 사퇴 등의 조치가 실질적으로 큰 의미를 가질지는 미지수다. '중대 결심' 표명은 헌재의 변론 진행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향후 선고 결과에 대한 반응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