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최근 '가격 예측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루 동안 가상자산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예상해 베팅한 뒤 수익을 얻는 구조다.
빗썸의 제휴 업체인 블록투리얼이 운영하는 '렌딩'에서 새롭게 내놓은 서비스로, 복잡한 렌딩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이 블록투리얼 측의 설명이다.
현재 렌딩은 가상자산이나 원화를 빌려 상승장에 2배로 투자하거나 하락장에 베팅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투자자가 보유 중인 코인을 담보로 동일한 코인을 빌리고, 향후 상환 시 빌린 시점의 원화 가치만큼의 가상자산을 상환할 수 있다. 일반적인 투자보다 약 1.82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실상 레버리지 상품이다.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원화를 담보로 코인을 빌려 향후 만기 시 빌린 수량만큼의 코인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상환 시점의 가격이 빌린 시점의 가격보다 낮다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공매도'와 유사한 방식이다.
최근에는 빌린 수량을 담보로 렌딩을 3번까지 실행하도록 만들어 최대 304%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x3' 서비스까지 내놨다.
이번 가격예측 서비스는 이를 단순화해 증거금 개념의 원화를 납부하고, 가격 상승이나 하락에 베팅한 뒤 실시간으로 수익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 서비스가 자본시장법상 '장외파생상품'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파생상품은 장래의 일정기간 동안 미리 정한 가격으로 기초자산이나 기초자산의 가격·이자율·지표·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의하여 산출된 금전 등을 교환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뜻한다. 이 중 장내에서 거래되지 않는 상품이 장외파생상품이다.
여기에 단순한 가격 예측으로 인한 사행성 논란까지 더해졌다. 사행성 요건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고, 우연적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다. 해당 요건에 해당하고 게임의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하면 사행성 게임이 된다.
렌딩의 가격 예측 서비스는 해당 요건에 모두 해당한다.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에 '베팅'하고, 그 결과는 일정 부분 우연적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이나 손실도 발생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록투리얼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자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블록투리얼은 현재 대부업과 자산운용업 자격만 갖추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렌딩 서비스는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로, 특정 가상자산의 대여와 반환이 수반되면서 해당 자산의 가격이 변동함에 따른 이득이기 때문에 단순히 사행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상자산 가격을 기초로 파생상품을 운영하고, 가상자산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블록투리얼은 가상자산사업자 자격도, 파생상품에 대한 인가도 받지 않았다.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빗썸 역시 파생상품에 대한 자격은 갖추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블록투리얼이 가상자산법과 자본시장법, 특금법 등 관련 법에서 정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이를 감독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가상자산법에서 정한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매매나, 교환, 이전, 보관, 중개 및 알선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로 한정된다. 블록투리얼이 제공하는 가상자산 대여나 대부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고, 가상자산은 금융상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자본시장법을 통해 규제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현재 추진 중인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서 가상자산사업 행태에 대한 명확한 분류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상 관련 사업자가 방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등과 함께 렌딩 서비스를 살펴보고 있다"며 "다만 애매한 관련 규정과 기존 레거시 산업과 다른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검토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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