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는 현재 분배금을 지급하는 ETF의 집합투자규약에 따라 내부적으로 결정한 분배금만 공시할 뿐 분배율이나 전체 이익금 등은 공시하지 않고 있다.
집합투자규약상 이익금이나 투자신탁 분배금은 지급 여부와 분배율 등만 공시하면 된다. 구체적인 분배 공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투자자가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전체 이익금과 이 중 얼마를 분배 받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S&P500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분배금을 결정하며 일방적으로 분배금을 축소한 바 있다. 투자자들이 이번 분배금이 기존과 큰 차이를 보인 것을 두고 항의한 뒤에야 세제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전체 분배금 중 일부를 이연했다고 공지했다.
특히 미국나스닥100의 경우 전체 분배금의 71%를 이연했지만, 분배금을 결정해 공시할 때까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도 최종 분배금만 공시했을 뿐 분배율이나 구체적인 사항은 공시하지 않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장 후 오랜 시간이 흐른 상품의 경우 그동안의 분배금을 통해 시장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이번 분배금이 많은지 적은지 알 수 있지만, 이제 막 상장한 상품이라면 적정 분배금조차 알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운용상의 이유'로 운용사가 '깜깜이'로 분배금을 결정하는 관행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에셋운용은 최근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2월 분배금을 안내하면서 발생 분배금 등 이익금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집합투자기구는 연 1회 이상만 이익 분배금을 지급하면 되고, 이 경우에도 지급 3일 전까지 최종 분배금만 공시하면 된다. 이익 분배를 유보할 수 있는 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이 외에도 자산운용사가 임의로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금액을 결정할 수 있다.
펀드 설정 시 작성하는 집합투자규약에도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적지 않는 등 운용사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 놨다. 전체 이익금의 얼마 이상을 분배해야 하는지는 자산운용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운용역의 판단 근거도 '운용 스킬'로 구분돼 공개되지 않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뿐 아니라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집합투자규약 내 이익분배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고 있고, 공시 역시 최종 결정된 금액만 적고 있다.
자산운용사가 전체 이익금 중 분배하지 않은 금액은 순자산총액에 더해진다. 이 경우 전체 운용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수취하는 자산운용사의 수익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익 분배를 이연해 순자산총액을 늘린 뒤 더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투자자는 펀드에서 얼마의 이익금이 발생했는지 모른채 그저 운용사가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집합투자규약 내에 분배금에 대한 변동률이 과도할 경우 이에 대한 사유를 명시하도록 하거나, 최소한 전체 이익 중 얼마를 분배하는 지는 명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불거진 뒤 운용사별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분배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별도 공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운용사들이 현재 정해진 규정에 따르고 있는 만큼 분배금 이연 등을 이유로 제재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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