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금리 인하, 관세와 맞춰 진행될 것" 재차 언급
파월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 기조 재확인
트럼프 美 대통령 vs 파월 연준 의장
"금리 낮춰야한다." vs "정책기조 서둘러 전환할 필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힘있는 인물이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이어 '관세 폭탄'을 터뜨리며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 넣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흔히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다. 그의 '입'에 글로벌 자산시장이 요동친다.
이 두 파워맨이 금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연일 압박하지만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을 전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갈등의 불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파월 의장은 2018년 2월 1기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루스소셜에 "금리를 낮춰야 한다. 이는 다가오는 관세와 맞춰 진행될 것"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인하를 압박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는데 이번에도 재차 언급한 것이다.
지난달 23일에는 새해 첫 FOMC를 일주일 앞두고 "많이(a lot) 인하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자 "파월과 연준이 자신들이 만든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의 강한 발언에도 파월 의장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통화정책 기조를 재차 확인시켰다.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포함한 연준 위원을 해임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기준금리를 조급히 내릴 필요가 없다고 거듭 표명했다.
파월 의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정책 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필요가 없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2년 동안 상당히 완화됐지만 장기 목표인 2%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며 속도조절을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이 아직 연준의 목표치인 2%까지 내려오지 않은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며 속도 조절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다시 3%로 치솟은 지표가 발표되자 "물가가 목표에 근접했지만 아직 도달하진 못했다. 오늘 발표된 물가 지표 역시 같은 상황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1월 미국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로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3.3%에 달했다.
AP통신은 "다수의 연준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 정부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면서 '관망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월 의장도 "연준이 다가올 '위험'과 '불확실성'에 잘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월 CPI 깜짝 상승에 말을 보탰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바이든 인플레이션 상승(BIDEN INFLATION UP!)"이라고 써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으로 물가가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의회에서 "우리 일을 할 것"이라며 백악관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를 빠르게 낮추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상반기 내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67.2% 반영 중이라고 밝혔다. 일주일 전 34.1%에서 두 배로 치솟았다.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일주일 전 10.4%에서 28.7%로 올라갔다.
월가에선 연준의 통화완화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클리어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조시 잼너 투자 전략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일단 기다려 보자고 했지만 뜨거운 1월 CPI 보고서로 더 오래 기다리게 될 것"이라며 "이 보고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마지막 못을 박았다. 금리 인하 주기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도 파월 의장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며 해임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으나 실제로 해임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해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에 "법적으로 명확하게 권한이 없다"고 일축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이사를 임명한다고 발표한 후 연단을 넘기고 있다. 이후 트럼프가 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파월이 응하지 않으면서 둘의 사이는 금이 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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