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 아마존이 이탈리아에서 12억 유로(약 1조8000억원) 규모의 부가가치세(VAT)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탈리아 조세 당국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아마존의 이탈리아 내 온라인 판매와 관련된 조세 회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아마존의 유럽 지사 및 관리자 3명을 포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이 중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외 지역 판매자들이 신원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이탈리아에서 물건을 팔 수 있도록 조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이 과정에서 아마존이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러한 판매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판매자들이 부가세 납부를 회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아마존의 탈세 혐의가 확정될 경우, 과징금과 미납 세금에 대한 이자까지 합산하면 부담해야 할 금액이 30억 유로(약 4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 EU 사업 모델에도 타격 가능성…아마존 "세법 준수 노력 중"
이번 조사는 이탈리아 당국이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사안이지만, 구체적인 세부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내에서 부가세 규정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만큼, 이탈리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아마존의 유럽 전체 사업 모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마존 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모든 세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2023년 한 해 동안 이탈리아에서만 14억 유로(약 2조1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납부했으며, 이는 이탈리아 내 상위 50위 납세 기업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의 무역 정책과 맞물려 논란 확산
아마존의 부가세 탈세 논란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 등의 부가세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에 대한 대응 조치를 시사한 시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미국은 관세보다 훨씬 강력한 부가세 시스템을 운용하는 국가들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백악관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무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관세율을 산정할 때 해당 국가의 부가세도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아마존 조사는 단순히 한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를 넘어, 미국과 유럽 간의 무역 갈등 및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세금 규제 논쟁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EU의 강력한 조세 규제 기조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맞물리면서, 앞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 내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