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미 현지 대규모 투자, 일자리 창출, 기부 등 '경제·지역 발전에 헌신했다'에 기여한 점을 소개하며 트럼프 설득전에 나섰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8900만달러로, 이 중 대미 수출액은 49.1％(347억4400만달러)다. 작년 현대차·기아와 한국GM의 미국 수출량은 각각 97만대, 41만대로 미국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가 부과될 경우 비용 부담과 함께 가격 경쟁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차량 가격이 오를 경우 미 현지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수익성 저하와 직결된다.
KB증권은 미국이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길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9000억원, 2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올투자증권은 유럽연합(EU)이 연 80만대의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한다면서 관세를 2.5%에서 10%로 높일 경우 대당 300만~400만원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동안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 부담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이나 FTA 체결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공언해 안심하기 어려워졌다. 자유무역협정국인 캐나다·멕시코를 관세 리스트에 올려둔 것이 한 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대응을 위해 각 국의 자동차 업체들도 미 현지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나섰다.
그는 지난 8일에는 고임금 일자리 창출, 투자 등을 강조했다면 이번 글엔 대규모 미 현지 생산, 딜러망 지원, 기부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그는 "현대 호프 온 휠스(Hyundai Hope On Wheels)는 소아암 치료를 돕기 위해 26년 동안 2억5000만달러(약 3600억원)를 지원했고, 작년엔 6800만달러(980억원) 이상을 기부했다"며 "각 현대차 845개, 기아 788개, 제네시스 229개의 딜러 네트워크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미국에서 7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했다"고 소개했다.
도요타는 오는 4월부터 노스캐롤라이나 배터리 제조 공장(TBMNC)에서 북미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도요타는 이달 초 자료를 내고 "140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시설은 미국 내 11번째 생산 공장으로, 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미 투자 규모는 49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하고, 28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했다. 지속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통해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토모티브뉴스가 인용한 글로벌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판매량 가운데 수입 물량 비중은 독일 폭스바겐그룹(80％)이 가장 크고 현대차·기아(65％), 메르세데스-벤츠(63％), 르노·닛산·미쓰비시(53％), BMW(52％), 도요타(51％), 혼다(35％) 순이다.
여기에 GM(46％), 스텔란티스(45％), 포드(21％) 등도 미국 내 판매량 중 수입 비중이 높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충격에 자국 기업도 영향권에 들어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서명에서 수입차 관세 도입 일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마도 4월2일쯤"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날이 자동차 관세를 적용하는 시점일지, 자동차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는 날인지는 불분명하다. 또 모든 수입차에 대해 일괄 관세를 부과할지, 상호관세 측면에서 무역 상대국별 차등 부과할지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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