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 여야 대표가 미뤄졌던 국정협의회를 이번주 열기로 했다. 정부와 여야 모두 추가경정예산(추경), 반도체특별법, 국민연금 개혁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유의미한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상속세 등 세법 개정을 두고 여야가 또다시 갑론을박에 나서며 양당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국회 국정협의회가 오는 20일 오후 5시 열릴 예정이다. 협의회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한다. 정부·국회·여당·제1야당의 대표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지난달 9일 이같은 내용의 회담 구성 요건에 합의한 지 약 7주만이다.
협의회의 의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협의회 주체들이 그간 중요하게 강조해 왔던 주제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에서는 추경 편성을, 여당에서는 반도체 특별법 등 산업 관련 법안 통과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들고 나올 것이 유력하다.
야당인 민주당은 앞서 지난 13일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이미 제안한 상태다. 해당 추경안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약 13조원에 달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국민 1인당 25만~3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이 대표가 그간 꾸준히 주장해 왔던 '민생회복지원금'에서 이름만 바꾼 것으로, 이 대표는 앞서 정부여당이 끝내 이 정책을 반대한다면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여당은 이 점을 들어 민주당이 이 대표의 '대선용' 포퓰리즘성 법안에 몰두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추경안을 비판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추경안이 미래 2030 세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재명식 추경은 민생 해결이 아니라 민생 걱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당은 주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을 적용한 반도체 특별법 처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주52시간 근무 예외 규정은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이 규정을 제외하고 이견이 없는 산업 지원 방안 위주로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추경 논의와 함께 반도체특별법 처리도 연계해 처리하는 전략을 펴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 같은 여당에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연금개혁 역시 상임위 차원의 논의와 특위 구성 등을 두고 여야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특히 최근에는 상속세 개편 불발 책임론이 또다른 여야 갈등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5일 본인이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상속세 개편안에 대해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최고세율 인하를 고집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자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의 글은 거짓말"이라며 오히려 민주당이 조세소위에서 지도부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상속세 논의를 회피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다시 글을 올려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은 국민의힘이 초고액자산가 상속세율 인하를 주장하며 개정을 막아 못하는 것"이라며 "여당이 동의하면 다음주라도 즉시 개정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누가 거짓말 하는지 국민이 보는 앞에서 공개토론이라도 하자"고 받아쳤다.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이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 대표가 '특권 감세'를 들먹이며 부자 감세 프레임을 조장했다"며 "문제를 왜곡하고 본질을 흐리는 편 가르기 수법"이라고 비판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