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가 어디로 튈지 모를 상황이다. 이번에는 외국의 부가가치세(부가세)를 문제 삼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SNS에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외국의 부가세제도를 '대미 관세'로 간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가세는 우리나라와 EU(유럽연합), 일본 등이 시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非)금전적 관세와 무역장벽을 상호관세 부과에 고려할 것"이라며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부가세 시스템을 사용하는 나라들을 (대미) 관세를 가진 나라와 비슷하게 여길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EU 등 다수 국가는 생산 단계마다 부가가치에 세금을 매기는 부가세를 소비세로 걷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부가세 형식의 소비세는 없고 최종 소비자만 판매세를 낸다. 판매세율은 6.6%로 외국의 부가세율보다 낮은 편이다.
통상 한국을 포함해 부가세 시스템을 갖춘 국가의 기업들은 미국에 수출할 때 부가세를 환급받은 뒤 상대적으로 낮은 판매세만 부담하면 된다. 반면 외국에 수출하는 미국 기업들은 미국에서 내지 않는 높은 세율의 부가세를 부담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이유를 들어 부가가치세를 불공정한 무역 장벽이라고 비판해왔다.
한국의 부가세율은 10%로 미국의 판매세율보다 높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불공정한 관세'로 간주하고 불이익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부가세는 모든 품목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단일 세율인 만큼 관세처럼 품목별 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당장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다만 한국의 부가세율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트럼프의 주요 타깃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도 트럼프 발언에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조심스럽게 트럼프의 발언이 한국보다는 부가세가 높은 다른 국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유럽 각국의 부가세율은 스위스 8.1%부터 헝가리 27%까지 다양하지만 대체로 한국보다는 높은 편이다. 일본도 10%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와 무역 적자를 거론하면서 EU의 높은 부가가치세를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당일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그들(EU)은 20%의 부가가치세를 매기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보다 높다"며 "그것은 거의 관세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