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트럼프의 `위험한 실험`,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702102269061001[1].jpg "[박영서 칼럼] 트럼프의 `위험한 실험`,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
네타냐후 총리에겐 '깜짝 선물'이었다. 당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마스와의 휴전 연장, 사우디와의 수교 등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백악관을 찾았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쫓아버린다는 계획을 알린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혁명적이고 창의적"이라고 칭송했다.
'트럼프 식'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도 신호탄을 쏴올렸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4일 독일 뮌헨에서 약 40분간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바라던 나토(NATO) 가입과 완전한 영토 수복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현 전선을 따라 휴전선이 그어질 가능성이 크다. 휴전선이 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동부 전선에선 현재 격렬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한뼘이라도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행정명령과 각서, 포고 등을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적국도, 동맹도 가리지 않는 관세 공격은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은 '교본'을 새로 쓰고 있다. 그의 방식은 기존의 외교적 관례를 철저히 배제한 '비전통적 접근'이다. 지금까지는 '트럼프 스타일'이 잘 통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오히려 새로운 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가자 구상'부터 살펴보자. 이는 한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송두리째 지우려는 시도다. 동시에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수립을 지지해 온 미국의 전통적 '두 국가 해법'을 밑바닥부터 뒤집는 방안이다. 국제법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강제 이주는 전쟁범죄에 해당된다.
당연히 팔레스타인은 물론이고 아랍권과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손잡고 싶어했던 온건파 아랍 지도자들까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결국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긴장을 조성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 역시 후유증이 클 것이다. 우크라이나 및 자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유럽 각국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러시아의 확장을 저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오히려 러시아에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유럽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고, 향후 러시아의 추가적인 군사도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스타일이 향후 중국과 대만 문제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거대한 협상안'을 꺼내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은 서부개척 시대의 '무법적' 개척 정신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그 때보다 더 거칠고, 오만함까지 더해졌다. 그는 힘을 앞세워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 하지만, 이는 국제사회를 강대국의 힘 아래 두려는 시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행태가 지속된다면 세계는 혼란과 불안정 속에 빠질 것이다. 약한 국가들은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패권적 행태를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방관한다면 앞으로의 국제질서는 오직 강자의 논리로만 움직이게 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힘이 아닌 원칙'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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