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의대정원 논의 `제자리`… 언제까지 시간만 낭비할 텐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702102369058001[1].jpg "[사설] 내년 의대정원 논의 `제자리`… 언제까지 시간만 낭비할 텐가")
16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 목표 시점으로 제시한 2월이 절반 이상 흘렀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논의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 1년 전 늘린 2000명이 반영된 5058명이 내년 정원이 될지,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돌아갈지 '깜깜이'다. 정부는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한다는 입장만 거듭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의료계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단은 지난해 제시한 '증원 백지화' 요구를 고수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내년 정원 등 논의에 앞서 정부가 정상적인 의대 교육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먼저 제시하라는 입장이다. 일부 의료계 인사들은 내년 정원이 3058명보다 더 적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의료 전문가인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올해 증원된 1500명을 향후 3년에 걸쳐 3058명에서 감산해 반영함으로써 올해 증원분을 점진적으로 무효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선 의사수급추계위원회 구성을 위한 법안이 이달 중 상임위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17일엔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택우 의협 회장과의 비공개 간담회가 열린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도 함께 자리한다. 2025학년도 의대 교육은 이미 시작됐어야 하지만 전국 의대에서 휴학 물결이 계속되면서 개점 휴업이다. 학칙상 1년씩 두차례 연속 휴학이 가능한 본과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휴학계를 냈으며, 1년 한차례 휴학만 가능한 예과는 일단 복학계를 낸 후 수업 거부에 나선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한양대 의대의 경우 휴학생이 95%, 아주대는 97%에 달하며 순천향대 부산대 건국대 등 대부분 의대들의 휴학 비중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건 해결 주체가 불분명한데다 의지 또한 약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조규홍 장관이나 박민수 차관은 의료계의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이렇게 사태를 악화시켰는데도 책임지는 한 사람 없다. 복지부는 그동안 말로만 거창한 의료개혁 청사진을 제시해왔지 실제로 필수의료 부문 수가 문제, 의료 사고 발생시 의사들에 지워지는 과도한 민형사상 책임 문제, 치료의사 폭행에 대한 관대한 법원 처벌 등에 대해 의료계의 동의를 얻을 만한 조치들은 취해오지 못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을 직접 몸으로 만나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 또한 부족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의사 수급의 합리적 수급 추계와 함께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르면 복지부는 5년마다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법 제정 이후 25년간 단 한차례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직무유기라는 주장이다. 또 원가 이하의 의료비를 강요하며, 비급여 진료마저 통제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문재인 케어, 의학전문대학원제 도입,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계의 의견을 무시한채 일방적으로 강행했으며, 정부 실패의 원인을 의료계로 돌려 정부를 향한 의료계의 불신이 커졌다고도 했다.
올해까지 의정 갈등이 이어진다면 세계 수위를 달려온 대한민국 의료체제의 붕괴는 현실화될 것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10일부터 초응급환자를 제외한 심혈관계 응급 환자 진료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의정 갈등으로 적절한 치료를 못받아 지난해 2~7월 3136명이 초과사망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하고 수입이 감소한 병원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예비비와 건강보험재정 등에서 쓴 돈은 3조3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최근 충북대 원광대 울산대 등 3개 의대에 대해 증원에 따른 의료 교육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불인증 유예(보완 후 재평가)' 평가를 내렸다. 의정 갈등의 청구서가 속속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달 안에 전체 의대 정원을 결정해야 3월말 각 대학이 교육부에 확정된 정원을 제출하고, 4월 입시요강 확정과 5월 공표가 이뤄진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정치권은 2월 중 꼭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의료 현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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