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 기일이 오는 20일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여야가 각각 헌법재판소와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방문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부실한 심리'를 비판하며 공정한 재판을 촉구한 반면, 야당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비판하며 '배후세력'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현·나경원·윤상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36명은 17일 오후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방문했다. 김 의원은 대표로 낭독한 입장문에서 "부당하고 편향된 헌재의 행태를 규탄하고, 길거리와 광장에서 헌재의 부당함을 외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헌재를 찾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헌재는 법의 가장 높은 곳에서 추상 같은 엄중함과 대쪽 같은 공정함을 보여야 함에도 부실한 심리를 거듭 반복하며 '답정너' 속도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미 결론을 정한 듯 무조건 돌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재를 향해 "탄핵 심판에 있어서 형사소송법 준용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오염증거·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척하고, 적법하고 공정한 증거조사 절차를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최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일부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헌재의 중립성에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모인 의원들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외에도 헌재를 향해 여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의 의결 정족수에 문제를 제기하며 낸 권한쟁의심판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은 즉각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을 찾아 지난달 19일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인해 발생한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법원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법원 직원들이 심적 트라우마 상태를 겪고 있다고 들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폭력 상태로 인해 63명이 기소된 것에 대해 '행위가 다 다른데 하나의 공소장으로 재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의하고, 재판에서 엄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또 민주당 의원들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해당 폭력 사태 선동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며, 이같은 상황에 대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균택 의원은 "법원에 침공했던 폭도들도 문제가 있으나 그보다 더 문제가 있는 사람은 내란을 옹호하고 사법 테러를 조장하고 선동했던 사이비 정치인, 종교인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성윤 의원은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헌법기관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고 강조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상현, 나경원,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최소한 방어권 보장 촉구 및 불공정성 규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면담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범계 간사를 비롯한 위원들이 17일 폭력 난동 사태가 일어났던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방문해 피해 및 복구 상황 점검차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