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원내대표는 17일 서울 서초구 이명박재단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권 원내대표가 전직 대통령을 예방하는 건 지난해 12월 지도부에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권 원내대표는 계엄·탄핵 정국 속 여당의 대응 방향 등에 관해 이 전 대통령의 조언을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공개 발언에서 "지금 야당은 보통 야당이 아니고 또 다수"라며 "여당이 그걸 극복하려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 원내가 분열돼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 정당은 똘똘 뭉쳐야 한다"며 "요새는 그래도 권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조금 안정이 된 것 같아 조금 다행스럽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단일대오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조기 대선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보수 지지층 결집을 호소한 것으로도 읽힌다.
최근 여권 내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전 대통령을 잇따라 찾았다. 이를 고려하면 이 전 대통령도 탄핵 정국에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은 한미 관계에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한덕수 국무총리의 조속한 복귀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진행 과정 등에 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게 권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종점에 다다르면서 여권 잠룡들의 움직임은 갈수록 활발해질 전망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주를 이어가는 만큼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지난 12일 국회에서 지방분권을 주제로 개헌 토론회를 개최하며 보폭 넓히기에 나섰다. 당시 오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토론회를 대선 행보와 연계해서 보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해 40여 명의 현역 여당 의원이 대거 참석해 대선캠프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김 장관도 오는 19일 국회에서 나경원 의원이 주최하는 '노동개혁 대토론회'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한동훈 전 대표도 "머지않아 찾아뵙겠다"며 복귀를 시사했다. 한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책을 한 권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그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인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원로 인사들을 만나며 정치 행보 재개를 예고한 바 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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