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기업가치 '고공행진'
퍼플렉시티·앤스로픽 등 협력
딥 리서치·에이닷 시너지 기대
퍼플렉시티·앤스로픽 등 협력
딥 리서치·에이닷 시너지 기대
'인공지능(AI) 컴퍼니'를 기치로 삼고 AI를 미래 먹거리로 회사 차원의 투자에 나선 SK텔레콤의 선구안이 빛을 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뿐 아니라 뜨는 'AI 잠룡'을 미리 점찍어 투자한 결과 사업 확장뿐 아니라 투자 수익까지 얻는 '양수겸장' 효과를 얻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계에서는 월가를 주도해온 빅테크,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이 주춤하는 사이 아직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AI 관련 '비상장 M7'이 뜨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년간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하며 미국 시장을 이끌었던 M7이 올해는 4%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어 유명 투자 전략가 짐 폴슨을 인용해 "M7이 주식 시장에서 리더십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M7 총상승률은 1%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4% 상승을 밑도는 수치다.
반면, 비상장 M7으로 불리는 앤스로픽·오픈AI·퍼플렉시티·코어위브·데이터브릭스·스케일AI·xAI의 몸값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FT는 펀딩 라운드 등에 따른 데이터를 볼 때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들 7개 기업의 기업가치가 40% 뛰었다고 추산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AI붐' 과열 우려에도 유망한 AI 스타트업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의 안목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들 기업 중 세 곳인 오픈AI, 퍼플렉시티, 앤스로픽에 지분투자를 하고 사업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AI 투자를 확대한 SK텔레콤의 투자 안목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SK텔레콤이 투자·협력한 기업은 최근 주목받는 '딥 리서치'에서도 앞서가는 기업들로, SKT의 AI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지 관심이다. SK텔레콤이 연내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 유료화 등 AI 수익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만큼 투자 수익뿐 아니라 AI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지난 2023년 8월 미국의 거대언어모델(LLM)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1억 달러(약 1445억원)를 투자했다. 앤스로픽의 시장가치는 SKT가 투자한 2023년 50억 달러(약 7조2000억원)에서 지난달 기준 600억 달러(약 86조7000억원)로 10배 이상 뛰었다. SK텔레콤이 1조 넘는 투자수익을 거뒀다는 계산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자체 LLM '에이닷엑스(A.X)', 앤스로픽 '클로드' 등을 활용해 한국어로 된 통신 관련 데이터를 학습시켜 통신업 특화 텔코LLM을 개발하고 있다.
AI 검색 서비스 분야 '구글의 대항마'로 떠오른 퍼플렉시티도 SK텔레콤의 강력한 파트너 중 하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퍼플렉시티에 1000만 달러(약 144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퍼플렉시티 또한 지난해 상반기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12월 90억 달러(약 13조원)로 기업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SKT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적으로도 자사 AI 에이전트 '에이닷' 앱의 멀티 LLM 기능에서 퍼플렉시티 엔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자사 이용자 대상으로 1년간 유료 모델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한국 내 마케팅도 진행했다. SKT가 올해 출시를 앞둔 글로벌향 AI 에이전트 '에스터'에도 퍼플렉시티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AI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는 오픈AI와도 발 빠르게 'AI 동맹'을 맺었다. 최근 SK텔레콤은 메사추세츠공대(MIT)가 이달 발족한 'MIT 생성형 AI 임팩트 컨소시엄'에 창립 멤버로 참여해 생성 AI 기술 상용화와 산업별 응용 방안을 공동 연구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오픈AI를 포함해 코카콜라, 인도 타타그룹, 미국 반도체 기업 애널로그디바이시스, TWG 글로벌 홀딩스 등 6개사 중 유일하게 통신사로 선정됐다. 한국을 찾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최태원 SK 회장과 함께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등과 회동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SK텔레콤 측은 "MIT 석학과의 공동연구 등을 통해 SK그룹 전반의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 등 차세대 AI 연구로 그룹과 국가 AI 수준을 도약시키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SKT와 손잡은 이들 기업들은 단순 검색 기능을 넘어서는 '딥 리서치'에도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딥 리서치는 문서나 이미지, PDF 파일을 분석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해 전문가 수준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가장 먼저 구글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이후 오픈AI가 2월 초, 퍼플렉시티가 이달 시장에 선보이며 가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T는 뛰어난 AI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고, 자체 LLM인 에이닷엑스를 키우는 등 자강 전략도 함께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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