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한 직원은 "사실상 회사의 경영권 분쟁은 3년간 지속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분쟁이 끝나 다행스럽긴 한데 한편으로는 허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내부 직원들은 분쟁 종식을 코로나가 종식된 상황에 비유하기도 한다. 분쟁이 절정에 치닫던 1년여간 회사는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했다. 내부의 업무 진행과 외부의 협조,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회사의 분쟁이 영향을 미쳤다.
한 직원은 "지주회사와 한미약품이 분리된 상태에서 다투다가 이제 끝났는데, 아직 말끔히 분위기가 정리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형제 측의 균형이 깨지고 4인 연합이 우위를 잡은 만큼 조직내 변화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영숙 회장 모녀와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갈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못해 분쟁이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앙금이 쌓였던데다 상속세 소송까지 얽혀 있어 끝내 화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가족 간 소통으로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이사회 구도가 한쪽으로 몰리면서 가까스로 다툼이 종식된 점과 아직 형제 측의 인사가 회사에 남아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점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 측 이사회 구성원인 사봉관, 권규찬 이사가 이탈하고 임종훈 대표가 사임한 상태다. 다만 임종훈 대표가 뽑은 임직원들은 회사에 남아 근무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종훈 전 대표가 뽑은 임직원들이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훈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노용갑 부회장,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 이동환 JVM 대표, 박준석 한미헬스케어 사업부문 부사장, 로이스킴 브랜드본부 부사장, 김영호 경영지원 상무 등과 함께 한미사이언스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중 투자 전략 수립을 담당했던 김영호 경영지원 상무가 최근 회사를 떠났고, 그 외 임원들은 근무하고 있다. 로이스킴 브랜드본부 부사장은 분쟁 중에 한미그룹에 영입돼 현재 근무하고 있는데, 한미약품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미약품 한 관계자는 "2017년에 임원 물갈이가 있었던 적을 빼고, 대표이사가 바뀌는 경우가 있었어도 다른 노선을 밟았던 분들에게 불이익이 가해지거나 해고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임직원들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OCI를 통해서 회사에 합류한 분들이 다시 나가고 한미약품에 있는 분들은 다 원래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큰 동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인사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분쟁이 장기화되다 보니, 경영 전반의 정상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최근까지 지주사와 자회사가 각각 홍보와 이슈대응도 따로 했다. 임종훈 전 대표가 지주사 별도 창구로 소통하고자 한미사이언스 홍보그룹장을 별도로 선임했고, 장남인 임종윤 북경한미약품 사장은 디엑스앤브이엑스, 코리, 로코모티브, 케이앤어소시에이츠, 법무법인 세종, 마콜컨설팅그룹 등 여러 곳에서 산발적으로 대응해 왔다. 최근 분쟁 종결 이후 창업주 일가의 홍보라인은 한미약품 홍보팀으로 일원화했지만 기업가치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조직개편과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가족간 경영권 분쟁으로 신약 개발 부진에 빠지고 R&D(연구개발) 투자도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한미약품 측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구체적인 조직 재정비 및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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