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전세사기 불안 등 영향
외국계 자본, 국내부동산 눈독
건물 매입해 리모델링 후 운영
기업화에 임대료 인상 우려도
1·2인 가구 증가와 전세 사기에 대한 불안 등으로 우리 임대시장에서 주를 이루던 전세 제도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월세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자, 이를 투자 기회로 본 외국계 자본들도 줄을 이어 국내시장에 진출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투자자본이 서울을 중심으로 임대주택으로 쓸 주거용 부동산을 사 모으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는 국내에서 임대주택 사업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모건스탠리는 서울 강동구 길동 원룸형 임대주택 '지웰홈스 라이프 강동'을 133억원에 매입해 신영의 관계사인 에스엘플랫폼(SLP)과 함께 임대주택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천구 독산동과 성북구 안암동 등의 오피스텔을 매입한 뒤, 시설 전환을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홍콩계 주거 렌탈 전문기업 위브리빙과 함께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5가 '더스테이트 선유 호텔'을 사들였다. 이들은 해당 자산을 리모델링해 고급 레지던스로 임대 중이다.
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들 외에 외국 연기금과 부동산 개발사도 나섰다. 지난달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 Investments)도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 엠지알브이(MGRV)와 임대주택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JV를 설립했다. 1957년 설립된 미국의 3대 부동산개발사인 하인스는 서울 신촌 지역 등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사업을 시작한다.
이밖에도 영국의 ICG는 임대주택 운영사 홈즈컴퍼니와 손을 잡고 임대 시장에 투자하고 있으며 영국 푸르덴셜생명 계열의 M&G리얼에스테이트도 아시아 주거펀드를 조성해 서울에서 임대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국내 부동산 자산이 저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입 자산을 주거로 변경하는 사업 뿐 아니라 신규 임대주택 개발에도 거침이 없다.
월세화가 가속화하면서 외국인들도 국내 월세 시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게 됐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계약 총 247만6870건 중 월세 계약은 142만8950건으로 전체 계약의 57.7%를 차지했다. 이는 대법원에 확정일자 정보가 취합되기 시작한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월세가격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그에 따른 임대 수익 증가도 가능해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120.9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고가 월세 계약도 늘고 있다.100만원 이상 월세 계약이 40%에 달했고, 월세를 500만원 넘게 내는 경우도 6배나 늘었다.
정부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 자본의 힘을 빌려 새로운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투자회사(리츠), 시행사, 보험사 등이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장기 운영할 경우 임대료 규제를 풀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방안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달말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외국계 투자자의 국내 임대시장 진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월세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임대주택이 기업화 할수록 전세 사기와 같은 불안요소는 적어질 수 있다. 다만 전반적인 임대료 인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지점이다. 실제로 동대문구 위브리빙 전용면적 16.7㎡ 평형의 월 임대료는 140만원부터다. 인근 회기역 일대 오피스텔(16~32㎡)의 월 임대료는 80만~100만원 수준으로, 시세대비 최대 75% 이상 비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