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우수한 지역은 수주 치열
경쟁 입찰 대부분 강남권에 몰려
도시정비사업 양극화 심화 전망
경쟁 입찰 대부분 강남권에 몰려
도시정비사업 양극화 심화 전망
서울·경기 수도권에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악재에 '공사비 쇼크'까지 겹치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간 도시정비사업에 적극적인 수주를 추진해온 것과 달리 철저히 '선별 수주' 전략으로 선회하면서다.
정비업계는 건설사들의 이같은 기조가 당분간 지속되며 재개발·재건축사업장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내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사업장에서 수주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건축사업에서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졌다. 지난 16일 마침표를 찍은 '성남 은행주공' 역시 포스코이앤씨와 두산건설의 경쟁 입찰에 불이 붙었다. 승기는 포스코이앤씨가 거머쥐었다.
치열한 경쟁 입찰이 예상되는 재건축 사업장은 대부분 강남권에 몰려 있다. '개포주공 6·7단지', '압구정2구역', '잠실우성1·2·3차' 등이다. '강남권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고 불리는 '개포주공6·7단지'는 지하 5층~지상 35층, 2698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예상 공사비는 1조5139억원에 육박한다. '잠실우성1·2·3차'는 12만354㎡ 부지에 지하 4층~지상 49층, 2680가구를 짓는 재건축사업이다. 예상 공사비는 1조6934억원에 달한다. '압구정2구역' 역시 많은 건설사들이 관심을 가지는 사업지 중 하나로 꼽힌다. 총 공사비는 1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처럼 우수한 사업성을 바탕으로 경쟁 입찰이 치열한 사업장과 달리, 서울 내에서도 유찰되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서초구 '신반포4차' 재건축사업은 삼성물산만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지상 최고 49층, 1828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조합 측이 제시한 총 공사비는 1조310억원이다. 한강과 인접해있으며 수도권지하철 고속터미널역이 이용 가능한 '트리플 역세권' 입지임에도 수주 의지를 보인 건설사는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서초구 '삼호가든 5차' 재건축 사업의 경우 작년에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지하 3층~지상 35층, 3개 동 305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정비기반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결국 조합 측은 공사비를 올려 시공사 재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방배7구역' 재건축 사업도 작년 2회에 걸쳐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무응찰로 끝이 났다. 결국 조합 측은 지난달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이처럼 건설사의 선별 수주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들도 공동도급(컨소시엄)을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시공사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컨소시엄도 가능하다는 완화 조건을 내걸고 사실상 진입 문턱을 낮춘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우수한 단지의 경우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다만 지금처럼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출혈경쟁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리스크가 동반되는 무리한 수주보다는 각 건설사들이 우수한 사업장을 선별적으로 취급하는 등 안정적인 수주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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