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생이빨 빼 금니 해넣으려냐"던 세종시](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902102269054001[1].jpg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생이빨 빼 금니 해넣으려냐\"던 세종시")
지난 20년의 명암, 실험은 계속돼
행정비효율 극복해야 '진짜 수도'
특별법, 행정수도 완성 열쇠될까
2003년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 공약으로 제가 재미 좀 보았습니다"라고 털어놓을 즈음에 중국 상하이에 있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들 했다. 푸둥지구 말이다. 에펠탑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동방명주가 밤 하늘에 천자(天子) 같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푸둥은 국제금융도시로 가는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는 중 이었다.
사실 뽕밭이 바다처럼 변한 걸로 치자면 대한민국의 1970년대 한강 이남이 푸둥 이상이다. 강남은, 강북이 포화 상태가 되자 대대적인 개발을 거쳐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대단지 주택단지로 탈바꿈했다. 다만 50년이 넘도록 금융과 정치 이외의 특별한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생이빨 빼 금니 해넣으려냐"던 세종시](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902102269054001[2].jpg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생이빨 빼 금니 해넣으려냐\"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를 포함한 세종시는 어떨까. 3만년 전 구석기인들이 몰려와 살던 금강을 품고 들어선 정부세종청사와 과거 충남 연기군은 노 전 대통령의 공약 이후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상전벽해가 됐다. 변화상으로 보자면 푸둥이나 잠실 못지않고,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상징인 정부청사가 들어서면서 사실상의 행정수도로 기능하다 보니 의미가 더하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코앞에서 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을 당시 서울은 물론 충청 일각에서도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정치공학적으로 충청을 이용하지 말라는 여론과 함께 현실화하기 어려운 이상론이라는 것이었다. "생이빨 빼 금니 해 넣으려고 하느냐"는 노골적인 비판도 없지 않았다. 이렇게 정치적 논란의 한 복판에 서면서 하루아침에 정쟁과 대결의 도구가 됐다.
그동안 너무 먼 길을 걸어왔다. 고려시대 서경 천도론이나 조선 개국 당시 한양 천도에서 보듯 나라의 중심을 옮기는 문제는 국론분열의 씨앗이 되곤 했다. 미국의 워싱턴 DC, 독일의 베를린, 캐나다 오타와, 호주 캔버라, 브라질 브라질리아, 튀르키예 앙카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리토리아 같은 세계의 행정도시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대한민국과 차이는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세종은 이명박 정부 때는 기업도시로 수정을 추진해 큰 반발을 사는 흑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세 가지 원칙으로 신행정수도 건설과 지역균형발전 추진, 지역혁신체계와 혁신주도형 지방경제 구축, 지방 우선 육성과 수도권의 계획 관리 등을 세웠다. 지방화와 국가균형발전을 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004년 '관습헌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받고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그런 가운데 2005년 3월 2일 국회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올해로 실질적으로 첫발을 뗀지 꼭 20년이 되는 셈이다.
지난 2012년에는 공사 6년 만에 정부청사가 완공되면서 36개 정부부처가 이전을 마무리하기에 이른다. 대선 공약에서 출발해 10년 만에 '세종시 시대'가 열린 것이다. 건물 면적이 63만㎢로 과천청사의 4배 규모다. 부지매입비를 포함해 1조8000억원 가까이 투입됐다. 18개의 분절된 건물이 브리지와 옥상정원으로 이어져 구불구불한 U자 형태의 걸작이다. 이후 2022년 준공한 중앙동에 2023년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입주하면서 큰 틀이 만들어졌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이른바 '행복도시'로 불리는 세종시는 이제 정부청사로만 놓고 보면 22개 중앙행정기관(소속기관 14개)에 1만5000여명이 근무 중이다. 파견 공무원을 더하면 2만명이 넘는다. 이전 공공기관은 10개가, 국책연구기관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 16개가 들어섰다. 세종시도 덩달아 덩치가 커졌다. 2012년 1읍9면1동에서 지난해 1읍9면14동으로 면모를 바꿨고, 인구는 11만3000명에서 40만명(39만6867명)을 바라보게 되었다.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생이빨 빼 금니 해넣으려냐"던 세종시](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902102269054001[3].jpg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생이빨 빼 금니 해넣으려냐\"던 세종시")
완공된지 10년 넘었지만 세종이 가야 할 길은 험하다. 수도를 통째 세종으로 옮기는 개헌이 최선이지만 권력구조에만 혈안이 된 정치권이 논의 대상에 넣을지는 기대하기 난망하다. 세종시 도농 간 격차 해소 같은 현안은 차치하고라도 무엇보다 행정 비효율성 극복이 급선무다.
그런 측면에서 행복청이 세종시를 한국의 워싱턴DC처럼 만들기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본격 착수한 건 희망적이다. 행복청은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 브리핑에서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이 포함된 '세종 국가상징구역'을 국가적인 랜드마크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국제공모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행복청은 핵심구역에 대한 도시설계와 대통령 제2집무실 건축설계를 통합한 국제공모로 세종국가상징구역의 구체적 모습을 담는다. 또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세종의사당 사업 계획 확정을 적극 뒷받침할 방침이다.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세종 행복도시 S-1생활권에 5만㎡를 전제로 해 설계에 착수한다. 여기에는 대통령 집무 공간을 비롯 대통령과 가족의 숙식이 가능한 관저, 비서동, 경호동, 언론브리핑 등이 가능한 미디어 공간이 들어선다.
김형렬 행복청장은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그리고 그 일대를 아우르는 세종국가상징구역은 같은 시기, 한 공간에 국가적인 핵심 건축물과 공간을 조성하는 전례가 없는 역사적인 프로젝트"라며 "우리나라의 시대정신과 미래방향을 보여주도록 많은 의견을 들어 신중하게 추진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사당의 경우 그동안 완전 이전, 최소한 16개 상임위 우선 건설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거셌고, 시간이 흐르면서 국회 차원의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탄력이 붙지 않는 인상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해 9월 현장을 방문해 "임기가 마무리되는 2026년 5월까지 설계 공모를 마치겠다"고 청사진을 밝힌 만큼 늦게나마 정상적으로 추진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와 관련,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세종을)이 세종의사당 등이 포함된 국가상징구역 특별법을 오는 3월 초 발의할 예정이이서 주목된다. 특별법에는 주요 지역을 상징구역으로 지정해 각종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세종의사당 등에 대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회계' 한도액 적용 제외, 도시계획 및 주택·건축 인허가의 국가 시행 근거 마련 등 예산·건설특례 조항을 담게 된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제2집무실과 세종의사당 건설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행정수도로서의 세종시 위상을 정립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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