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김새론 죽음과 인터넷 문화](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902102269058001[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김새론 죽음과 인터넷 문화")
하지만 2022년 5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추락하고 말았다. 당시 변압기를 들이받아 일대 업소들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그에 따라 상당한 보상금이 지출됐고, 벌어놨던 돈도 가족 생활비 등으로 모두 사용됐다고 한다. 그 상태에서 배우 활동이 중단됐다.
이 정도 사건을 일으켰으면 비판 받고 연예 활동도 중단하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그 이상의 비난이 가해졌다는 점이다. 김새론은 생활고에 시달린다며 카페 아르바이트로 일했는데, 그런 활동에도 비난이 쏟아져 결국 일을 못하게 됐다.
일반인은 형사 처벌 받은 후 사회로 복귀하지만, 연예인은 처벌과 별개로 자숙 기간을 가져야 한다. 연예계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수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숙한다고 연예 부문이 아닌 모든 영역에서 생계까지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공권력의 처분을 받은 후엔 당연히 일반적인 생활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대중은 김새론의 카페 아르바이트마저 막은 것이다. 김새론의 사생활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면, 언론이 그걸 받아 기사화하고, 포털이 널리 퍼뜨리는 구조가 나타났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김새롬에게 분노를 터뜨렸고 그녀는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유튜버의 폭로로 김새롬이 고통 받았다며 유튜버를 비난하는 여론이 나타난다. 무분별한 폭로를 이어간 유튜버도 당연히 잘못했지만, 그걸 받아서 기사화하고 퍼뜨린 언론과 포털에도 문제가 있다. 정의를 구현한다며 악플을 단 누리꾼들도 이 사태에 일조했다.
항상 명분은 있다. 대중이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사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언제나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대상자가 뭔가 잘못했을 때, 그래서 사회적으로 물의가 빚어졌을 때 그에 대한 비판이 나타난다. 이게 해당 사안에 대한 정당한 비판으로 그친다면 일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판한다는 구실로 전인격적인 비난과 조롱으로 넘어가고, 대상자의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을 징벌하려 한다.
이런 대중 심리에 일부 유튜버나 언론이 편승하는 것이다. 대중이 누군가에게 분노한다 싶으면 언론이 그에 대한 기사를 양산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분노할 만한 제목을 내걸어 악플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까지 인터넷 공적이었던 율희의 경우가 그렇다. 율희가 양육권을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해 대중이 분노하니, 일부 매체들이 율희가 무얼 하더라도 마치 그녀가 여유롭고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것 같은 느낌으로 보도했다. 그때마다 악플 사태가 터졌다.
과거 설리 때도 그렇다. 당시 설리의 행동엔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거기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의 악플이 도를 넘어 설리의 모든 것을 매도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일부 언론이 거기에 편승해 설리의 행동 하나하나를 탈탈 털듯 기사들을 양산했다. 안 그래도 이렇게 흉흉한 구조였는데 이젠 뉴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해 일부 폭로 유튜버들까지 가세하니 더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언론 등에 의한 사냥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느낌이다. 누구 하나가 죄인으로 찍히면 그에 대한 모든 내용들이 악의적으로 집중 보도된다. '인민재판'이란 표현으로도 부족하고, '사냥'이란 단어가 정말 딱 들어맞는 그런 상황이 펼쳐진다. 그렇게 멍석말이를 하다가 간혹 사망 사고가 터지거나 오해였다는 게 밝혀질 때가 있다. 그때 잠시 반성하거나 악플을 비판하는 기사들이 나온 후 다시 누군가를 사냥하기 시작한다.
그때마다 대중은 분노와 처벌을 반복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항상 명분은 있다. 대상자가 잘못했으니 처벌해서 정의를 구현한다는 명분이다. 그런 면죄부 하에 끝 모를 증오를 표출한다. 대상자를 사람이 아닌 '욕받이' 샌드백 정도로 여긴다. 그러면서 마음 속에 쌓인 사회적 울분을 대상자에게 풀어낸다. 하지만 당하는 이는 물체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증오와 사냥은 정의 구현이 아니라 또 다른 가해 행위일 뿐이다. 이걸 깨닫지 못하면 언제든 피해자가 나타날 수 있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