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말레이시아에서 '메이트 XT' 공개=화웨이는 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리폴드 스마트폰 '메이트 XT(Mate XT)'의 글로벌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중국에서 먼저 공개된 메이트 XT는 세계 최초의 3단 접이식 스마트폰으로 주목을 받았다. 기존 폴더블폰이 한 번만 접히는 방식과 달리, 메이트 XT는 두 개의 힌지를 적용해 최대 세 개의 화면을 동시에 표시할 수 있다.
화웨이는 메이트 XT 출시 발표 시점을 애플의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16' 공개 일정과 맞췄는데 이는 애플에 공개적인 도전장을 내건 행보로 보인다. 제품 가격은 3499유로(약 530만원)로 책정됐으며, 출시 국가 리스트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美 제재로 글로벌 시장 퇴출…화웨이의 반격 시작=한때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 중 하나였던 화웨이는 애플, 삼성전자와 경쟁을 벌이며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2019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칩 및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접근이 차단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이후 해외 시장 점유율은 급감했다. 그러다 2023년 중반 첨단 반도체 칩이 탑재된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제재 속에서도 자체 반도체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중국 내 '애국 소비' 트렌드가 더해지면서 화웨이의 시장 회복에 힘을 보탰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3년 12%였던 화웨이의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24년 17%로 상승했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화웨이는 이러한 반등 흐름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이어 왔다. IDC의 브라이언 마 부사장은 "폴더블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라며 "미국의 첨단 반도체 칩 및 구글 서비스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도 이러한 성과를 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 복귀에는 여전히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메이트 XT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곧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앱 다운로드가 불가능하며, 넷플릭스, 유튜브 등 인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IDC 데이터·애널리틱스 부문 부사장 프란시스코 제로니모는 "메이트 XT는 대량 판매를 목표로 한 제품이 아닐 것"이라며 "화웨이는 이 제품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주로 부를 과시하려는 소비층을 겨냥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메이트 XT의 판매량이 50만 대에 그치더라도, 이를 통해 약 15억 달러(약 2조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닐 샤 애널리스트 역시 "구글 서비스가 없다는 점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화웨이의 가장 큰 약점"이라며 "수천 달러를 지불하고 트리폴드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넷플릭스,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신 AI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픈AI 도전장 낸 딥시크 이어 화웨이, 애플에 도전장=딥시크가 가성비 AI로 오픈AI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생태계에 충격파를 준 데 이어 화웨이가 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가 전략으로 정면승부를 나서면서, 기술산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면전이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메이트 XT는 폴더블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제품이지만, 글로벌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프리미엄 시장 공략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구글 서비스 부재라는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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