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25% 적용 시 대미수출액 18.59% ↓
현대차그룹 공장 풀가동해도 50만대 공백
한국GM은 존폐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 자동차 관세 공식 발표를 앞둔 가운데 이에 앞서 구체적인 수치를 처음 언급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서명한 철강·알루미늄 제품과 동일한 25% 수준인데, 이 수치가 현실화될 시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대(對)미 수출액은 두 자릿수대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를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자동차(승용차·경량트럭) 수입은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인 약 800만대로 2435억달러(약 351조원)에 달한다. 그중 한국은 멕시코에 이어 미국의 자동차 수입국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143만2713대가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향했다. 반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미국차는 수입차 전체 판매량(26만3288대)의 15.5%에 불과한 4만879대에 그쳤다. 주로 중국에서 생산해 들어오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1만1129대(4.2%)로 쪼그라든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미국을 상대로 국내 자동차 업계의 흑자 규모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화살이 한국을 향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거의 없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장벽을 세우는 중이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발간한 '美 보편관세가 국내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에 관세 25%를 적용할 경우 연간 대미 수출액은 18.59%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기에 자동차 업계는 물론 국내 경제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업체들의 연쇄 타격이 예상된다. 작년 기준 현대자동차는 미국에 63만6536대, 기아는 37만7396대를 수출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체 판매량은 170만8293대로 그중 59.3%가 한국에서 생산된 것이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수입하는 물량(약 15만대) 등을 합치면 관세 사정권에 포함된 범위가 늘어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수출물량을 현지 생산으로 전부 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연 36만대)과 기아 조지아 공장(연 34만대)을 풀가동한다는 전제하에 지난해 말 시험 가동을 시작한 미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최대 50만대로 높여도 약 120만대로 50만대의 공백이 생긴다.
작년 미국에 41만8782대를 수출한 한국GM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국GM은 현재 GM의 소형차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차 10대 중 9대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며 그중 90%에 육박하는 분량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소형차의 핵심은 가격 경쟁력이기에 관세 폭탄을 맞게 될 시 한국GM 자체의 경쟁력을 잃게 될 판이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관세를 시행할 시 한국 생산시설 철수 명분을 더해주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인 의도가 자국 일자리 및 투자 확대이기에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관세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 1기 때 관세를 5%에서 25%로 올린다고 했다가 현대차그룹이 공장 설립을 약속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예외 조항을 끌어다가 낮춰준 바 있다"며 "관세가 한국 산업체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철강업계도 미국에 10조원 규모를 투자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국내 자동차 업계도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쿼터제로 연간 관세를 점차적으로 낮추는 방안 등 조절의 여지는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