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변·자언련 "방문진 새 이사진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 재항고 大法선고 촉구"
서울행정법원 작년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정지 재판부, KBS 이사 교체는 인정
방통위 2인체제 적법 강조…김장겸 등 "오요안나 사망 MBC와 舊이사진 책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5인에 미달한 2인 체제에서 이뤄진 공영방송 새 이사진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동일 재판부가 방송사별로 달리 판단하자 시민단체에서 공개 비판했다. 최근 KBS 신임 여권 이사진에 대한 임명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된 가운데, MBC 최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여권 이사진 임명정지 가처분에 대한 재항고 사건을 대법원이 신속 판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임기를 다한 뒤로도 교체가 불발돼 직을 유지 중인 방문진 일부 야권 이사진의 경우 MBC의 고(故) 오요안나 아나운서 직장내 괴롭힘 사망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과 자유언론국민연합(자언련)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은 방문진 이사진 재항고 사건을 조속히 선고하라"고 주장했다.
김장겸(오른쪽 세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과 자유언론국민연합(자언련)관계자들과 함께 '대법원의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진 재항고 사건 선고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김장겸 국회의원실 제공>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를 향해 이들 단체는 "특정 정치세력이 당사자이거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사건의 재판에서 거의 예외없이 절차가 무한정 지연되거나 법리에 어긋난 기형적 판결이 선고되는 병폐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며 "우린 법원이 방문진 이사진 재항고 사건 판결을 지연하며 정치적 고려에 따라 사법적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7월 31일 방통위는 야당 선전기관으로 전락한 MBC를 정상화하기 위해 (여권 추천) 방문진 이사 6명을 새로 선임했으나 야권은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결정을 내린 걸 문제 삼아 국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절차를 강행했다"며 "권태선 이사장 등 기존 이사들은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이사들은 선임한 건 위법'이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그러자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26일 이를 인용해 임기가 종료된 야권 이사들의 직책을 부당하게 유지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며 "서울고등법원도 지난해 11월1일 1심의 판단을 유지하면서 방통위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는 사법부가 법 문언(文言)을 넘어선 입법과 방통위 인사권을 행사함으로써 삼권분립의 원칙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 국기문란의 재판이었다"고 지적했다.
'국기문란'의 경우 3년 임기가 만료된 이사진의 임기를 법원이 처음으로 연장시킨 격이어서 나온 표현으로 보인다. 단체들은 이 와중 "지난 1월23일 헌법재판소는 이진숙 위원장 탄핵심판을 기각하며 방통위 2인 체제가 법적으로 문제 없음을 확인했고 이달 13일엔 서울행정법원도 방통위 2인 체제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전제로 KBS이사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을 기각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에 따라 "방문진 이사진 선임을 막고 있는 법원의 논리는 완전히 무너졌으며 더 이상 해당 재항고 사건의 판결을 지연할 명분 또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것임에도 대법원은 명확한 이유도 없이 무작정 판단을 마루고 있다"며 "이는 사법부의 직무유기이자 정치사법의 폐단"이라고 비난했다. "재항고가 대법원 계류 중인 동안 MBC는 야권의 정치적 선전도구 노릇을 충실히 수행했다"고도 했다.
한변과 자언련은 "공영방송의 탈을 쓴 MBC가 본연의 공익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망각하고 철저하게 당파성에 오염된 채, 방문진 이사회를 방패 삼아 시청자를 기만하고 국민대중을 선동하고 있다"며 "정치권 눈치보기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기능하는 독립적인 법치수호기관임을 증명하려면 대법원은 즉각 방문진 이사진 임명 가처분 재항고 사건에 대한 결정을 선고하라"고 했다.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과 자유언론국민연합(자언련)관계자들이 '대법원의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진 재항고 사건 선고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발언자는 강명일 MBC 제3노조 위원장.<국회 정책영상플랫폼 영상 갈무리>
MBC 사장을 지낸 김장겸 의원은 "서울행정법원(행정12부) 강재원 부장판사의 납득할 수 없는 가처분 이후 MBC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며 "강재원 판사는 똑같은 사안에 (MBC 이사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은 인용하고) KBS에 대해선 기각 판결을 내렸다"고 대조했다. 아울러 "고 오요안나 사건에서 보듯 MBC는 정치적 편향성뿐 아니라 조직문화 측면에서도 반사회적"이라며 "방문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非)민노총계 MBC 제3노조 위원장을 지낸 오정환 전 MBC 보도본부장은 "어제 방문진 정기 이사회에 '이미 임기가 끝난' 권태선 이사장이 역시 '임기가 끝난' 이사들과 참석했다"고 날을 세운 뒤 "고 오요안나씨 사망사건에 대한 MBC 보고가 있었는데 안형준 사장 등 경영진은 '오씨는 프리랜서니까 근로자가 아니고 MBC의 지금 진상조사도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 조사가 아니'라고 보고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특히 "'MBC가 반성하고 개선책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국민들이 오해한 것"이라며 "기상캐스터 일이 MBC 직원과 정말 다른지, 도급 계약에 불과했다면 왜 퇴근을 못하게 하고 선배들이 괴롭힐 수 있었는지 MBC가 조사하길 기대하긴 힘들다. 방문진이 나서야 하는데 그것 역시 어렵다"며 "민주당 추천 박선아 방문진 이사는 '대형 참사가 아니므로 유가족 조사 참여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오정환 전 본부장은 "사람 목숨의 가치, 유가족의 슬픔 그에 대한 예의가 대형 참사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며 "임기가 끝난 방문진 인사들은 MBC 개혁의 의지도 역량도 없는 고인물 같다. MBC가 정말 공영방송이고 국민의 방송이라면 이제 물갈이를 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강명일 3노조 위원장도 "MBC의 입장은 '기상캐스터들은 프리랜서다' 이런 얘기"라며 앞서의 폭로 내용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오씨의 유서가 추가로 발견됐다. 본인이 원래 1년 단위 계약이었는데 6개월, 6개월로 계약 기간이 분절돼 불이익을 받고 징벌적 계약으로 바뀌었다"며 "(고인이) '이게 사실상의 경고다'란 얘기를 들었다. 회사 상사로부터 보직자로부터. 그리고 계약이 그렇게 변경되기 하루 전 기상캐스터 선배들이 단톡방에서 자기를 욕했다. 여러 가지 실수에 대해 자각한 부분이나 잘못을 긁어모아 상부에 보고했다"고 했다.
강명일 위원장은 "이런 부분이 계속 터져나오는데 MBC 입장은 '근로자가 아니라 프리랜서라 책임이 없다, 유가족 조사는 부적절하다'(더라)"라며 "프리랜서라고 해도 인간의 기본 존엄을 해치는 인격권 침해엔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게 공영방송 경영진의 현주소"라며 "그 핵심에 MBC 보도국장이 지난 3년 동안 대대로 이 부분에 책임을 져야 한다. 경영본부장은 아직도 '(고인은) 프리랜서다'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