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19일 한덕수(사진)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변론을 종결했다. 한 총리는 국회 측에서 제시한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자세히 반박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 대심판정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 심판 첫 변론기일에 참석했다. 한 총리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자 했지만 대통령이 다른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며 "(국민이) 지금 어려운 상황을 겪고 계신 것 자체에 대해 일신의 영역을 떠나 진심으로 가슴 아프고 송구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회 측은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김건희 여사·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검법 거부권 행사와 관련된 국무회의 주재, 재의요구안 의결 △비상계엄 선포 묵인·방조·공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체제 시도 △내란 상설특검 임명 불이행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를 제시했다. 국회 측은 "한 총리는 대통령의 탄핵 소추로 권한대행이 되면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내란 가담자를 엄중 처벌하고 탄핵 심판을 신속, 공정하게 이뤄질수록 있도록 해 혼란을 조기 종식하고 헌정 질서를 바로잡을 책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특검 수사를 가로막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계획을 가졌는지 사전에 알지 못했고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상 권한이므로 총리가 제지할 권한이 없고 비상계엄 선포계획을 뒤늦게 알게 돼 반대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고 반박했다. 내란 특검 후보자 추천에 대해서는 "관련 위헌성 문제가 있어 정당한 사유에 의해 지체한 것"이라고 했고 여당 대표와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 사태 여파로 경제가 위축되지 않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힘쓰겠다고 밝힌 것일 뿐, 국회 측 주장처럼 권력 찬탈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탄핵소추 의결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 측은 "탄핵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권한 대행자가 대행하는 직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과 같이 가중 의결 정족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에 대해 의결정족수를 국회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 탄핵의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한 총리는 최종의견 진술에서 "저는 오늘 대한민국 48대 총리이자 윤석열 정부 29번째 탄핵소추 대상으로 재판정에 섰다"며 "한평생 국민을 섬긴 사람으로서 제 꿈은 하루빨리 불합리한 혐의를 벗고 마지막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과거 우리 곁에는 진영 유불리를 넘어 나라 전체를 볼 줄 아는 정치인, 정치를 정치로 풀어주시는 어른들이 계셨다"며 "우리 국민이 가장 간절히 기다리는 것도 그런 큰 정치 복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은 정해지면 공지하겠다고 밝혔다.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열린 19일 서울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심판정에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