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해외 부동산 같은 대체자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체크리스트에 맞춰 현지 실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동안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기준조차 없었던 브로커 평가, 사후관리 등도 의무화해 대체투자의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투자업자들이 투자한 대체자산의 손실이 현실화하자 재발 방지를 위한 모범규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19일 밝혔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은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83조7000억원에 달한다.
금감원과 금융투자협회는 2020년부터 대체투자의 위험관리 기준과 절차를 명시한 모범규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글로벌 부동산 시장 부진 등으로 대체투자 부실 우려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투자는 이미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외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A사는 임차인의 50% 이상이 이탈하고, 부실한 사후관리로 투자금 대부분을 잃었고, B사는 해외 리조트 개발사업에 투자했지만 장기간의 개발 지연에도 회수 가능성을 과대평가해 투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C사는 판매자가 제시한 미래 영업이익을 그대로 적용해 해외 유전 투자타당성을 분석했지만, 실제 달성률은 50% 이하로 급락했다.
금감원과 금투협은 기존 형식적으로 운영돼 온 투자심의 위원회, 사후관리 부실, 브로커 검토절차 부재 등의 취약점을 대폭 개선하기 위해 업계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정안은 리스크 관리 조직 설계부터 사후 평가까지 단계별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세부절차 및 이행 방식을 담았다.
투자를 결정하는 기구의 의결정족수와 구성요건을 마련해 투자심의의 객관성을 높이고, 대체투자자산을 투자 형태와 만기 분포, 지역 등으로 세분해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신설했다.
계획 단계에서는 거래를 소개해준 사람과 투자처 발굴을 검토하는 정책과 절차를 새로 마련했다. 브로커와 딜 소싱에 대한 검증 과정이 없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절차로, 브로커의 평판과 재무상태, 조직구성, 업력, 주요 투자 파트너를 확인하도록 했다.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현지 실사도 개선한다. 점검 항목을 포함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충분한 현지 실사를 진행하도록 하고, 외부 전문가 선정에 대한 기준과 절차도 새로 마련했다.
투자 심사 단계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민감도 분석을 의무화하고, 부실 자산을 평가하기 위한 건전성 분류와 손상차손 인식 기준을 신설해 사후관리도 강화했다. 대체자산에 투자한 금투업자는 연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자산의 사후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금감원은 대체투자 업무 전반의 단계별 관리 체계와 이행 절차, 예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대체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 달 중순 개정을 완료하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내규 반영, 업무 프로세스 변경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해 4월 이후 시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