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이 2년 만에 다시 증시 입성의 문을 두드린다. 과거 아쉬웠던 부분을 전면 보완하고 상장 직후부터 10%대의 배당금과 기업가지체고 공시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꽁꽁 얼어있는 기업공개(IPO) 시장을 서울보증보험이 녹여줄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인다. 서울보증보험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가대표 배당주로 자리매김하겠다"며 향후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서울보증보험은 1969년 설립돼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이 필요한 각종 이해보증과 신원보증, 할부보증, 중금리·전세자금 대출보증 등 다양한 보증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69조원의 보증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의 총자산이익률(ROA)은 2022년부터 2024년도 3분기까지 평균 4.2%로 1.3% 수준에 그친 타사 평균을 넘어서고 있다. 또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K-ICS)은 2024년도 3분기 기준으로 445%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명순 서울보증보험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대주주 예금보험공사와 협의해 과거에 부족했던 부분들을 상당히 보완했다"며 "합리적인 공모가격과 오버행 완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세웠다. 좋은 반응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2023년 상장에 도전했지만,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받아 자진 철회했다. 당시 서울보증보험은 비교기업군에 해외 보험사인 트래블러스(Travelers), 글로벌 신용보험회사 코파스(Coface)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해외 기업을 비교기업군으로 추가해 서울보증보험의 밸류에이션이 높게 책정된 것이다.
2년 만에 다시 유가증권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서울보증보험은 과거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전면 수정했다. 해외기업을 모두 제외하고 비교기업군에 삼성화재해상보험, DB손해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으로만 구성했다. 그 결과 서울보증보험의 PBR배수는 0.95배에서 0.61배로 하향됐다.
또한 지난해 연결산 배당금액을 2000억원으로 확정해 상장 이후 오는 4월에 주주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 경우 이번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도 배당기준일까지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희망공모가밴드 기준 9~11% 수준에 달하는 배당수익률이다. 이와 함께 회사는 오는 3분기에 주주환원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밸류업 공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오버행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주 소각도 계획하고 있다"며 "지난 1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관 변경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과 대주주의 보호예수기간 1년 연장 등으로 회사는 상장 당일 매도 물량도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금보험공사는 향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면서 보호예수기간을 1년으로 연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상장 당일 매도하는 물량 자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4월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10% 수준인 배당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IPO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바, 재도전하는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LG CNS도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얼어붙은 IPO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이에 서울보증보험에도 우려가 커지지만, 회사 측은 "2023년보다 증시 분위기가 좋은 편"이라고 봤다.
이어 "요즘은 코스피 지수도 오름세이지 않나. 그때는 증시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며 "예전보다 나아진 상황에서 IPO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기관 투자자들의 반응도 좋다"며 "예전엔 부족한 부분들에 대한 지적이 나왔는데 이번엔 주주환원책이나 보호예수기간 1년 연장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다만 과거에도 발목을 잡았던 구주매출 100%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번 IPO의 목적이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매각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보증보험의 대주주 예금보험공사의 보유지분(93.85%) 중 전체 발행주식의 10%(698만2160주)를 구주매출한다.
이에 이 대표는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구주매출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IPO에서 대주주 예금보험공사의 가장 큰 목표는 서울보증보험의 시장가격 발견"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활한 공적자금 회수를 추진하기 위한 대주주의 의의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이번 상장을 통해 국내 유일의 종합보증보험사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지속적인 기업가치 증대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보증보험 수요예측은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5영업일간 진행되며, 3월 5일과 6일 이틀간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상장예정일은 오는 3월 14일이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이명순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