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유전자 검사 사업과 신약 개발 사업의 선순환을 통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환자가 치료받기를 바란다."
'유전체 분석 전문가' 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가 제시한 목표다.
쓰리빌리언은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에서 스핀오프(회사분할)해 지난 2016년 설립된 인공지능(AI) 기반 희귀질환 분석 전문기업이다. 금 대표는 마크로젠에서 임상유전학팀 등에 몸 담아오다 쓰리빌리언을 창업했다.
금 대표는 창업 전 우연히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라는 책 한 권을 접했다.
지난 2011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그해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는 어린 희귀병 환자와 그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진의 처절한 싸움을 담아낸 책이다. 실존 인물인 니콜라스 볼커는 갑자기 생긴 알 수 없는 병으로 오랜 기간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야했다. 이후 세계 최초로 유전자 해독 결과를 치료에 사용해 완치에 성공,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의 한국판 번역을 맡은 사람이 금 대표다. 그는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으로부터 번역을 제안받고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희귀질환 진단 시장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
쓰리빌리언은 일반적인 DTC 유전자 검사와 달리 '질병 진단'에 초점을 뒀다. 그는 "기침이 심해 병원에 가면 코로나19이거나 독감, 감기 등 총 3가지로 진단을 받게 된다"며 "이에 반해 난청을 예를 들 경우 난청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 질병만 800개가 되는데, 이를 일일이 진단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 모두 많이 소요된다. 쓰리빌리언에서는 게놈의 DNA를 읽어 유전자를 한 번에 검사하는데, 800개 유전자에서 나오는 변이만 하더라도 수백만개에 달한다. 이때 AI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자 검사 방법은 일반적인 DTC 유전자 검사 방법과 똑같다.
먼저 의료진은 병원에 방문한 환자가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기 위해 환자의 구강피세포 또는 혈액을 채취하는 검체 수집 과정을 거친다. 이후 의료진은 쓰리빌리언에 증상 정보를 전달해 검사를 의뢰한다. 쓰리빌리언은 최대 5주 안에 유전자 검사 결과를 마치고 의료진에게 결과를 알려주게 된다.
금 대표가 내세운 쓰리빌리언은 차별점은 '거대한 데이터'다. 현재 70개국 이상에서 환자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년 수만 건씩 데이터를 축적, 7만건 이상의 대규모·다인종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는 희귀질환 진단 서비스만 선보이고 있지만,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 대표는 "신약 타깃 발굴부터 후보물질 안정성 검증까지 받대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AI 후보물질을 발굴해 신약개발을 진행하는 것보다 임상 성공 확률이 높은 후보물질을 발굴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쓰리빌리언의 AI 기술은 환자의 10만개 유전변이 각각의 병원성 여부를 5분 이내 99.4% 정확도로 해석할 수 있다.금 대표는 시장 전망이 매우 밝다고 평가했다.
그는 "희귀질환 8000개 중 나와있는 치료제는 5%에 불과하다"며 "제약사 입장에서도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 개발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픈 AI나 오라클 등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도 '헬스케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것이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쓰리빌리언은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협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희귀질환 중 하나인 비정형용혈성 요독증후군(aHUS) 환자의 신속 진단을 위한 유전자 검사 협력에 나서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통상적으로 aHUS는 확립된 진단 방법이 없어 주로 감별 진단을 통해 진단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실제 aHUS 환자의 60%는 aHUS 를 일으키는 10여개 이상의 유전자의 이상으로 인해 발병해, 유전자 검사가 aHUS 를 확진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또한 aHUS 환자는 발병 후 급격히 질병이 악화돼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하다. 쓰리빌리언과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협력을 통해 aHUS 환자의 진단을 2주 이내에 완료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체계를 구축해,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금 대표는 "의사가 포함된 임상유전학팀이 최종적으로 검수를 해야 결과를 의료진에게 보낼 수 있는데, 검수에 사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해 시간을 단축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규 타깃 초기 전임상 검증을 10건 이상 완료하고, 이를 제약사에 2건 이상 라이선스 아웃하는 것을 신약개발 사업의 1차적 목표라고 덧붙였다.
금 대표는 지속 가능 성장은 물론 2년 내 손익분기점(BEP) 달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쓰리빌리언은 지난해 전년(27억원) 대비 약 112% 늘어난 5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4억원으로, 전년(84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을 축소했다.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글로벌 70여개국에서 견조하게 성장하면서 성장세를 견인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금 대표는 "현재 실험실에서는 연간 1~2만건의 진단을 실시하고 있는데, 기존 기계만으로도 20만건의 의뢰를 수행할 수 있다"며 "또한 쓰리빌리언으로 고객 등록을 하고 의뢰를 한 국가까지 합하면 90곳이 넘는다. 매출이 3배 성장하면 BEP에 도달할 것이다.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넘어가는1시점에 BEP 달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