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디스카운트 주범 중복상장
지주회사 대부분 PBR 1배미만
자회사 지분율 개선 필요 목소리
지주회사 대부분 PBR 1배미만
자회사 지분율 개선 필요 목소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지주사 중 대부분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복상장 문제를 해소하고 주가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세법과 공정거래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재계 서열 30위 기업집단 가운데 상장 지주사를 갖고 있는 곳은 총 14개다. 이 중 PBR이 1배 이상인 지주사는 (주)두산(3.52배), 한진칼(2.04배)이 유일하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이면 시장에서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반면 자회사들은 PBR 1배를 초과했다. 지주사 (주)LG는 PBR이 0.42배에 그쳤으나 LG에너지솔루션은 4.09배에 달했다. 하림지주는 PBR이 0.19배로 지주사 중 PBR이 가장 낮았으나, 자회사 하림의 PBR은 1.02배였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으로 연일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주)한화 또한 PBR이 0.40배에 그쳤다. 한화에어로의 PBR은 8.27배, 한화오션은 5.54배였다.
에이치디현대, (주)한화, (주)두산, 한진칼, 현대지에프홀딩스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지주사들의 주가도 연일 내림세다. 특히 하림지주는 지난 2017년 상장 이후 하향세이며 최근 주가는 상장 당시 고가(2만100원) 대비 70%대로 급감했다. SK(주)와 (주)LG 또한 지난 2021년 고가를 기록한 뒤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지주사 저평가 현상의 주된 원인은 중복상장이지만, 여전히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주로 기존 상장회사를 인적분할 후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한다. 이때 기존 상장회사를 상장폐지 시키지 않고 상장을 유지하면 중복상장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에 대해 지분 30%만 보유하면 된다. 반면 미국은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하므로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규제가 개선돼야 지주사 저평가, 더 나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자회사의 지분율이 낮아지면 세금 부담이 커져 중복상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도하지만, 우리나라는 낮은 지분율을 유지하면 절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는 지주회사의 중복상장에 대해 "외환위기 이후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 정부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장려했지만, 이후 중복상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해 디스카운트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회사 지분율이 낮아 순환출자와 마찬가지로 적은 돈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효과도 나타난다"며 "세법과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중복상장 해소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해결의 핵심 쟁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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