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 최다판매는 '삼성증권'
미래에셋, 계열설정액 32% 차지
금융지주는 NH투자 45%로 최다
미래에셋, 계열설정액 32% 차지
금융지주는 NH투자 45%로 최다
지난해 은행과 증권사 등 주요 펀드 판매사들의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 판매 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사간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 등이 의도적으로 계열사 밀어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계열 금융회사가 있는 자산운용사 대부분의 펀드 판매 비중 1위를 계열회사가 차지했다.
삼성자산운용의 펀드를 가장 많이 팔아준 곳은 삼성증권으로 작년 말 기준 11조3941억원의 설정돼 있다.
전년 9조3038억원에서 1년새 2조원 넘게 불어났다. 삼성생명의 펀드 설정액도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며 3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를 가장 많이 판 곳도 미래에셋증권이었다. 2023년 16조8816억원이었던 설정액은 지난해 18조7942억원으로 늘어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체 펀드설정액(57조7755억원) 중 3분의 1은 미래에셋증권이 팔아준 셈이다.
금융지주 산하 자산운용사의 쏠림 현상은 더 컸다. KB자산운용의 펀드판매 1위와 2위는 각각 KB증권과 KB국민은행이 차지했다. KB증권은 14조567억원, 국민은행은 7조4231억원을 판매했다. 전체 설정액에서 두 회사의 설정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은행의 펀드판매 비중이 전년 대비 확대됐다. 2023년 13조원 수준이었던 두 계열회사의 펀드설정잔액은 지난해 15조원을 넘어섰다. NH아문디자산운용 역시 NH투자증권과 NH농협은행이 전체 설정액의 42%를 차지했고, NH선물의 판매액을 더하면 계열사 판매 비중은 약 45%에 달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자체 판매 설정액이 가장 크긴 했지만, 계열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펀드설정액이 1년새 2조원 넘게 늘어났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를 처음 설정할 때 계열사를 가장 먼저 찾아가고, 나머지 판매처를 찾다 필요 자금을 다 채우지 못했을 때 가장 마지막에 다시 찾아가 나머지 자금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전체 시장이 커지며 계열회사의 판매 금액도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계열 운용사와 다른 운용사 판매금액 차이를 고려하면 의도적인 밀어주기 판매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삼성자산운용의 펀드는 11조원 넘게 팔았지만, 다음으로 많은 판매액이 설정된 KB자산운용에서는 설정액이 1조8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KB증권도 KB자산운용(14조원) 다음으로 많은 판매설정액이 1조8000억원 수준이었고, KB국민은행 역시 KB증권 펀드는 7조원을 넘게 팔았지만, 다음으로 많은 판매액은 1조4000억원에 불과했다.
동일하게 설계된 펀드의 경우 계열사 펀드를 먼저 찾을 수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현재의 판매채널 쏠림 현상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규정에 정해진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 25%를 모두 밑돌고 있는 만큼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투자자에게 펀드를 추천할 때 수익성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 상품을 먼저 추천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운용사간 점유율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히 순위를 지키기 위해 계열사의 자금을 끌어온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상한 제한을 받지 않는 단기 상품을 이용하면 손쉽게 설정액을 늘릴 수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와 점유율 격차가 뒤집힐 수준까지 좁혀질 때면 어김없이 다음 날 구원투수가 나타나 설정잔액이 늘어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 정도로 쉽고 빠르게 돈을 넣어 줄 곳은 계열사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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