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트럼프 주도 종전협상에 불만 토로하는 우크라 국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2002102269061001[1].jpg "[외신사진 속 이슈人] 트럼프 주도 종전협상에 불만 토로하는 우크라 국민")
오는 24일로 만 3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대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취임 전부터 조기 종전을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등판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가해국인 러시아와 종전 방안을 놓고 협상을 시작한 탓입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놓고 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양국은 우크라이나의 참여를 일단 배제한 채 장관급 협상을 열어 4시간 30분간 대화했습니다. 미국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러시아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보좌관,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 등이 참석한 중량급 회담이었습니다.
이날 협상에서 양국은 전쟁 종식 방안을 다룰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각자 고위급 팀을 임명해 영속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능한 한 빨리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할 길을 만드는 노력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의 라브로프 장관도 양국의 상대국 주재 대사가 신속히 임명될 것이라며 "미국 측이 우리의 입장을 더 잘 이해했다고 믿을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현 상황의 주요인 중 하나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미국이 러시아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3년간 대규모 사상자와 물적 피해 속에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졌던 점을 감안하면 종전협상의 장이 마련된 것만 해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역시 기본적으로는 종전협상 자체에는 적극 호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편향된 태도를 보이면서 우크라이나 및 유럽 동맹국에 대한 '패싱'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에게 일방적으로 양보를 강요당하는 '더티 딜'(dirty deal)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트럼프 주도의 종전 협상을 반기지 않고 있습니다. 수도 키이우에 살고 있는 대학생 리디아(26) 씨는 "트럼프는 마치 다른 행성에 있는 사람 같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길게 전쟁을 이어왔는지 우리 입장에서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가 강대국의 노리갯감이 된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직업을 기자라고 밝힌 안드리이(31)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희토류 지분의 절반을 미국에 양도하라고 요구했다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그는 "전쟁은 결국 정치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모든 걸 잃거나 목숨을 잃는다. 결국 누군가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사람들의 죽음이 이용당하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예술가인 올렉시이(38) 씨는 "전쟁이 그렇게 빨리 끝날 거라고 믿지 않는다. 그런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면서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단독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세계적으로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의 정책이 평화를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협상이 과연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위기와 불안을 초래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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