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도입 속도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며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과 데이터 품질 문제 등 현실적인 장벽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 기업들은 AI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지만 기업 내 AI 도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레노버는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테크데이 2025'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고정보책임자(CIO) 플레이북 2025'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레노버가 시장조사기관 IDC에 의뢰해 제작한 것으로, 아시아태평양 12개 시장 IT 관계자 28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76%가 AI 도입을 고려 중이거나 향후 12개월 내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아태 지역 평균(56%)과 글로벌 평균(4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높은 투자 의지에도 불구하고 AI 도입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기업들은 투자 수익률(ROI) 실현의 불확실성, IT 인프라 및 네트워크 비용 부담, 데이터 품질 문제 등을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 차원의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AI 확산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들은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신규식 한국레노버 대표는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IT 예산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라며 "전체 아태 지역 기업들의 AI 지출 증가율이 3.3배인 반면, 한국은 6.2배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가 증가하는 것과 달리 AI 도입 속도는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태 지역 기업들은 AI 이니셔티브에서 평균 3.6배의 ROI를 기대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도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으로 아태 지역 기업의 56%가 AI 도입을 검토하거나 계획 중이지만 전사적으로 AI를 채택한 기업 비율은 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들의 AI 도입 방식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반영됐다. 67%는 하이브리드 및 온프레미스(사내 서버 설치형) 방식을 선택했으며 68%는 AI PC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기업 내 필수 기술로 자리 잡으며 생성형 AI 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올해 국내 기업들의 생성형 AI 투자 비중이 전체 AI 도입 예산의 4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AI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대표는 "데이터를 AI가 최적화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비하고 AI 도입을 단발성이 아닌 단계적인 과정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산업 간 데이터 통합과 부서 간 협력이 AI 발전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AI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윤리적 문제와 편향성 또한 주요 리스크로 떠올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GRC(거버넌스·리스크·규제준수) 정책을 완전히 시행한 조직은 글로벌 24%, 아태 지역 25%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도 31%만이 AI GRC 정책을 전사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조사돼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미르 바티아 레노버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 그룹 아태 사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비즈니스 우선순위가 변화하고 있으며, 올해 GRC 분야의 중요도가 12단계 상승해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유진아기자 gnyu4@dt.co.kr
신규식 한국레노버 대표가 20일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테크데이 2025'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