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사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의 첨단 기술 경쟁력이 아직 부족하며 향후 5년이 생사를 가를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런정페이 "기술 내공 부족 경계해야…중국 산업의 향후 5년이 결정적"=홍콩 성도일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런 CEO는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기업 좌담회에서 "중국이 스마트 드라이빙과 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표면적인 번영이 기술 내실 부족을 가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생성형 AI 모델로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 등이 참석했다. 연설자로는 화웨이의 런 CEO 외에도, 전기차 세계 1위 기업 BYD의 왕촨푸 회장, 중국 최대 사료기업 신시왕그룹의 류융하오 회장, 반도체 제조업체 웨이얼반도체 창업주 위런룽,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로 주목받은 유니트리의 왕싱싱 회장, 그리고 스마트폰·전기차 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등 6명이 포함됐다.
이후 중국 온라인에는 좌담회에서 논의된 핵심 내용이 요약본 형태로 퍼졌다. 기업들은 중국 기술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표준 정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 "중국, 글로벌 기술 표준 제정 주도해야"=런정페이는 "향후 5년은 중국 과학·기술 산업의 생사를 가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민영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규칙(표준)의 제정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과 서방의 기술 규제 속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자체적인 기술력과 표준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독립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핵심 기술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시장 확장을 강화해, 세계 과학·기술 경쟁이라는 도전에 맞설 것을 주문했다.
◇ 화웨이, 반도체·공업용 소프트웨어 자립 목표 '스페어타이어 2.0' 가동=이날 런 CEO는 화웨이가 중국 내 2000여 개 기업과 협력해 반도체 및 공업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스페어타이어(備胎) 계획 2.0'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고 밝혔다.
'스페어타이어 계획'은 미국의 대중 기술 제재에 대비해 중국 내 자체 기술망을 구축하는 전략으로, 2028년까지 중국 반도체 및 핵심 산업의 자립화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서방의 공급망 차단 시도에 맞서, 중국이 자체적인 기술 생태계를 완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런정페이의 발언은 중국이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핵심 기술을 자국 내에서 완전히 개발·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