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TV는 이미 LG전자 제쳐
시청 습관·관심도 등 데이터화
음성인식 등 엔터 경험 확대 전망
시청 습관·관심도 등 데이터화
음성인식 등 엔터 경험 확대 전망
중국 TV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글로벌 선두를 지키는 삼성전자와 LG전자와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특히 중국 내에서는 스마트TV에 자국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를 발 빠르게 접목하는 등 한국 업체들보다 더 빠른 혁신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예의 주시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장조사업체 AVC는 최근 'TV 회사, 딥시크와 손잡다' 보고서에서 "4차원으로 거실 경험을 재구성할 것"이라도 밝혔다. AVC는 TCL, 하이센스, 하이어 등 중국업체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독일 밀레·지멘스, 일본 소니·도시바, 미국 월풀·필립스 등을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보고서는 딥시크가 TV에 적용될 경우 사용자의 시청 습관, 관심도 등을 데이터화 하고, 음성인식 등의 기능으로 엔터테인먼트 경험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TV가 모든 가전의 허브가 돼 스마트 홈의 역할을 확장시켜 "AI 기술로 전례 없는 거실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내용은 'AI 홈'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전망은 아니다. 하지만 딥시크는 개발 비용이 미국 빅테크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TV 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 기술로 떠오른다. 특히 딥시크는 보안상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사회에서 얼마나 통용될지 미지수지만, 중국 TV업체들이 이를 적극 수용할 경우 가격과 상품성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삼성·LG전자의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통해 자연어 기반 음성인식 등 AI 기능을 고도화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달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화의 협력을 공식화했으며, 삼성전자의 경우 MS의 생성형AI인 '코파일럿'을 스마트 모니터에서 우선 탑재한 뒤 TV에도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다만 중국 TV업체들의 공세가 이미 거세 상황이라는 점에서 안심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하이센스는 이달 초 '출하량 기준 3년 연속 2위"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이센스는 "전 세계 TV 출하량의 14%를 차지했다. 100인치 이상 TV 점유율은 47%로 전 세계 1위"라며 "초고화질 지능형 디스플레이 혁신, AI, 에너지 효율 솔루션,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경험 제공을 위한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금액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8.3%로 1위, LG전자가 16.1%로 2위를 차지했고 중국 TCL(12.4%)과 하이센스(10.5%)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2020년 대비 삼성전자 3.6%포인트(p), LG전자는 0.4%p 각각 하락한 데 반해 TCL은 5%p, 하이센스는 4.4%p 각각 상승해 격차가 좁혀졌다.
특히 80인치 이상 대형 TV의 경우 금액 기준 삼성전자가 30.9%로 1위를 지켰지만 4년 전보다는 19.9%p나 축소된 반면 TCL은 17.2%, 하이센스는 14.0%로 같은 기간 15.1%p, 10.2%p 각각 확대되면서 LG전자(13.8%)를 제치고 2~3위에 올랐다.
중국 업체들의 초대형 TV 전략은 작년 9월 독일 베를린 IFA 2024, 올해 초 미 라스베이거스 CES 2025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AVC는 "대형은 중국 TV 성장의 주요 주제였다"며 "국가 보조금의 도움으로 TV 시장에서 고효율 제품의 양이 급속히 증가했고, 친환경·에너지 절약형 TV 제품의 급속한 발전을 촉진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TV업체들의 공세에 긴장감이 나돈다. 한때 세계 TV 시장 1위를 30년 이상 지키던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가 19년째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또 다시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다. 파나소닉이 최근 TV사업 철수를 시사한 것도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그만큼 거세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TCL, 하이센스 등은 미중분쟁 가운데서도 지난달 CES 2025에서 대형 부스를 꾸리고 미국 시장 공략의 의지를 드러냈다. TCL는 미국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인 NFL, 하이센스는 NBA 공식 후원하면서 이를 활용한 마케팅도 적극적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CES 2025에서 "이전에는 중국에 대한 위협이 인식 단계였다면, 이제는 그 인식을 실행해야 하는 단계로 왔다"며 "중국 내수가 어렵고, 미중분쟁으로 시장 접근이 어려워진 가운데 중국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더 강하게 갖추기 위한 액션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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