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출간 예정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
12·3 계엄의밤, 익일 尹과 용산 면담 등 회고 담겨
尹 "국회해산 안했잖나" 뒤 '비상입법기구' 발각 황당
'여당대표 체포 왜' 묻자 尹 "방첩사 동원 안해" 먼저
비화 다수 폭로 전망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출간한 저서엔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유지에 실패한 당일 "국회 해산도 할 수 있었는데도 국회 해산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변명한 대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 시 통제 대상이 아닌 국회로 군 병력을 투입해 의원들의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하고, 당시 양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등 체포조를 추진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파인그라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무거운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19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 한 전 대표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엔 지난해 12월3일 밤 선포된 비상계엄 전후를 회고한 내용이 담겼다. 한 전 대표는 계엄선포 직후 '위헌·위법하다'고 여당 대표로서 메시지를 발산했고 12월4일 새벽 1시2분쯤 국회 본회의 재석의원 190명에 찬성 190표로 가결한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에 당 소속 의원 18명 참여를 이끌어낸 바 있다.
국회 의결로부터 3시간여 뒤에야 윤 대통령은 계엄해제를 이행하는 담화를 발표하고 국무회의를 통해 해제 의결했다. 12월4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당무를 본 한 전 대표는 오후 중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등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로 향해 윤 대통령과 대면했다. 면담에서 윤 대통령이 "(내가) 국회 해산도 할 수 있었는데도 국회 해산을 하지 않았지 않느냐"고 말한 정황이 한 전 대표의 저서에 담겼다.
국회 해산은 헌법상 불가능한 만큼, 한 전 대표는 '국회 해산'이 가능했단 발언을 이해하지 못했다가 후일 '비상입법기구'를 만들 계획이 있었단 것을 알고 '황당한 발상'으로 여겼다고 한다. 비상입법기구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지시로 인지하고 받은 쪽지와, '계엄 비선'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국회를 무력화한 뒤 대체하는 개념으로 의심받고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저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직에서 축출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당대표가 두달여 만인 2월26일자로 출간하는 저서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메디치미디어). 예약판매는 2월19일부터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경고성 계엄'이란 주장도 반복해 왔는데, 한 전 대표는 "의원들이 모이기 어려운 (12월3일) 오후 10시 넘어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을 보면 윤 대통령에게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결의를 막겠단 의도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는 취지로 저서에 반론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인 체포조' 논란과 관련해선 한 전 대표는 자신과 가족이 체포될 가능성을 인지하고 국회로 향했단 입장이다.
그는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여의도로 향하던 중 '여권 인사'로부터 "체포되면 정말 죽을 수 있다. 그러니 즉시 은신처를 정해서 숨어라. 추적 안 되게 휴대폰도 꺼놔라. 가족도 피신시키는 게 좋겠다"는 언질을 받았다고 저서를 통해 밝혔다. 12월4일 용산에서도 한 전 대표는 "여당 대표를 체포하려 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물었고 윤 대통령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일단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때 '만약 정치인 체포를 하려 했다면 방첩사령부를 동원했을 텐데 이번 계엄에서 방첩사를 동원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부연했는데, 한 전 대표는 자신이 언급하지도 않은 방첩사를 윤 대통령이 먼저 거론하자 "갑자기 방첩사 얘기는 왜 하는지 의문"이라고 의아해했다고 한다. 정치권에 방첩사와 정치인 체포 의혹이 공개 제기된 건 12월6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언론 인터뷰였다.
한 전 대표는 '(계엄)포고령 제1호는 제일 앞머리에서 국회의 정치 활동을 정지시켰다. 포고령 문구 자체로 명백한 위헌' '계엄군을 보내 계엄 해제 요구를 못 하도록 국회를 봉쇄한다는 것은 그 계엄의 위헌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적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헌법 77조는 비상계엄 중 '특별한 조치'가 가능한 영역을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으로만 규정한다.
이외에도 한 전 대표는 북한 공격 유도 의혹을 받는 '평양 무인기 의혹'에 대해 미국 측이 문제를 제기한 정황도 저서에 담았다고 한다. 전쟁 유발 가능성도 있는 문제가 사전 협의되지 않았다고 미 측이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또 탄핵소추 이전의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후임으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하려던 것을 한 전 대표가 '절대 수락하면 안 된다'고 요청해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로 진입하던 당시 이를 막던 경찰에게 "정말 이럴 것이냐"고 설득해 경내로 들어간 일화, 체포에 대비해 '비상계엄 반대 인터뷰'를 미리 녹음한 사실도 책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26일 저서 발매 이후 북콘서트 등으로 직접 나서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친한(親한동훈)계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채널A 유튜브에서 "2월말이냐 3월초냐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