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상품 이름 바뀌자
잔액 늘었지만 은행만 못해
인식·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잔액 늘었지만 은행만 못해
인식·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김남석의 개미생활] 상품명 바꾼다고 위험이 사라지나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2002109963046007[1].jpg "[김남석의 개미생활] 상품명 바꾼다고 위험이 사라지나요")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 이름에 들어갔던 '고위험' 표현을 '적극투자형'으로 바꾼다고 한다.
분명 처음 상품을 출시할 때 이름에 고위험을 넣으라고 한 것도 당국일 것이다. 투자자 보호를 누구보다 중요시하는 당국의 의지가 이름부터 느껴진다.
그런데 유독 퇴직연금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원금보장형에 집중된 돈을 비보장형으로 옮길 것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여기서 만큼은 이상하리만큼 수익률을 강조한다.
상품 이름을 바꾸는 취지도 '수익률 제고'다. 어느 직장인이 자신이 가진 '최후의 보루' 퇴직연금을 위험한 상품에 넣고 싶을까. 그래서 내놓은 방법이 고작 '적극투자형'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 퇴직연금 상품에는 여러 부처가 엮여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까지. 최근 시작한 사전지정운용제도와 지난해 '실물이전'까지 관련 제도개선을 끊임없이 하면서 성과가 절실해 보인다.
정부가 나서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올려 주려고 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수요조사부터 다시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가 지적하는 내용 중 하나가 퇴직연금이 원금 보장형 상품에 쏠려있다는 점이다. 원금 보장형은 당연히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고, 이렇게 해서는 관련 제도를 개선한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을 수 있다.
그런데 정말 퇴직연금을 가진 사람들이 상품을 잘 몰라서, 혹은 바뀐 제도를 이해하지 못해서 아직도 원금 보장형 상품에 넣어놨을까.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퇴직연금의 머니무브를 보면 어느정도 답을 알 수 있다. 당초 기존 보유한 상품을 그대로 들고 금융회사만 옮길 수 있는 실물이전제도가 시행되면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자금이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결과는 은행과 증권사 모두 잔액이 늘어났다. 하지만 은행의 증가폭이 더 컸다. 지난해 4분기 5대은행의 퇴직연금 잔액은 3분기보다 13조 넘게 늘었다. 증권사 전체 증가액 7조7000억원보다 크다.
퇴직연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수익률보다 여전히 안정을 추구하고 싶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국민연금도 고갈된다는 판에 퇴직연금이라도 고스란히 남겨놔야 한다는 압박이 원금보장형 상품 쏠림으로 나타난 것일 수 있다.
상품의 이름이 고위험이든 적극투자형이든, 초저위험이든 안정형이든 중요하지 않다. 당국이 정말 퇴직연금의 머니무브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인식부터 바꾸는게 빠를 것 같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 중 고위험군에서 3개월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품은 4개, 저위험군은 12개였다. 상품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 싶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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