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인하 20년 해묵은 숙원
경제단체들 '30% 인하' 주장
이재명도 "합리적 방안 모색"
해외투자자, 주가상승 기피 의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지지부진했던 상속세율 인하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상속세 개편은 기업인들의 숙원이다. 경제단체들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간 부자감세라는 프레임에 번번이 좌절됐다. 그런데 법 개정의 키를 쥔 거대 야당의 대표가 최근 이례적으로 상속세 개선의 필요성을 공개석상에서 언급해 주목된다. 20년 넘게 묵혀있던 상속세 개편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든 진전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6단체는 20일 여야 정치권과 정부에 상속·증여세 개편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한국의 최고세율이 50%로 두 번째로 높고, 최대주주 할증평가 시 실질 최고세율이 60%에 달하는 점을 들어 "현행 상속·증여세제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1992년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도입한 뒤 2000년 상속세 최고세율을 50%까지 인상한 결과, 상속세 결정 세액이 2013년 1조4000억원에서 2023년 12조3000억원까지 올랐다는 게 경제단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국회에서는 여야의 열린 토론과 숙의를 통해 상속세 최고 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까지 인하하고,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해야 한다"며 "또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지원을 확대하는 등 전향적인 상속·증여세제 개편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표는 지난 14일 상속세 공제 현실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상승한 주택가격과 변한 상황에 맞춰 상속세를 현실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속세 공제액 상향을 제시했다. 현 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 5억원을 각각 8억원 10억원으로 증액해 18억원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물지 않도록 하자는 안이다. 세율 조정은 아니지만 상속세법 개정에 완고했던 민주당의 변화된 모습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상속세 개편은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한국 투자의 '선결 조건' 중 하나다. 최근 싱가포르·홍콩에서 한국경제 설명회를 마치고 돌아온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투자자들은)대표적으로 상속세 완화에 대해 관심을 많이 표명했는데,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인들이 주가 상승을 꺼려 한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묻는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물납증권 연도별 수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주식 물납으로 상속세를 낸 기업 311곳 중 휴·폐업한 회사는 126곳으로 40.5%에 달했다.
전문가들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속세 개편이 조속히 논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한국경제연구원장)는 "상속·증여세는 폐지가 가장 바람직하다. 폐지가 아니라면 세율도 낮추고 공제도 상향조정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기업들이 계속 영위할 경우 상속세가 없고 폐업하는 경우만 부과해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진 지지부진했지만, 철통 반대했던 야당 대표도 이례적으로 개편 가능성을 발언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상속세)개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상속세 부담 완화가 경제와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실증적 결과가 상속세제 개편의 당위성을 뒷받침한다"며 "해묵은 세제 개편으로 우리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 완화와 경제·증시 활력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우진·박정일기자 jwj17@dt.co.kr
경제단체 대표자들이 14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정부 측 발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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