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이념 정체성 논쟁 가열화
친명, 86·친노·친문 갈등 분석
국힘 "영혼없는 C급짝퉁" 비판
친명, 86·친노·친문 갈등 분석
국힘 "영혼없는 C급짝퉁"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발언을 두고 당 안팎에서 이념 정체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대표 혼자 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느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이면에는 이 대표 집권 이후 자리를 공고히 한 친명(친이재명)계와 옛 주류 세력인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세대·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그룹 간 노선 갈등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는 20일에도 이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을 놓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로, 이 정체성이 단순한 선언으로 바뀔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며 "하루아침에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정체성은) 오랜 역사와 정치적 실천을 통해서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금방 변경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복지사회 실현을 이념으로 한다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 정부는 진보를 지향하는 정부'라고 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진보적 가치를 갖고 국정을 운영해왔다"고 했다. 이어 "(이런 흐름이) 하루아침에 금방 어떻게 바뀌나"라며 "(이 대표) 본인이 실용적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과 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규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86세대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이인영 의원은 전날(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며 "당헌과 강령을 두 번, 세 번 읽어봐도 어느 내용을 '보수'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이 알고 겪은 민주당은 한순간도 보수를 지향한 적 없는데 이 대표의 말이 충격"이라고 했다. 이어 "실용을 넘어 보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백번을 되물어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제자리를 지킨 것은 민주당과 민주당원, 다른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이 대표"라고 했다.
친명계는 이 대표를 엄호했다.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김 전 대통령도 집권을 위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도 하고, 굉장히 보수적인 분과도 함께하지 않았나"라며 "그렇게 국민을 통합했기 때문에 IMF 위기도 극복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가 말하는 실용주의는 현재 당면한 문제를 실용적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중도적이다', '진보적이다'라고 평가하지 말고 가장 유용한 수단들을 선택해내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잘하고 있다, 그것이 DJ의 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엄격하게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중도 보수고, 민주당과 김 전 대통령은 항상 중도 개혁을 표방해왔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당내 정체성 논쟁에는 노선 갈등이 자리한다. 민주당을 '중도보수'에 위치시켜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신주류인 친명계와 진보노선을 계속 표방하려는 구주류의 입장차다. 또 22대 총선 때 '비명횡사' 공천을 통해 당을 장악한 이 대표가 '이재명의 민주당 행보'를 노골화하자, 구주류가 반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영혼 없는 C급 짝퉁"이라고 날을 세웠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보수정책 베끼기는 영혼 없는 'C급 짝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언론에 소개하는 반도체특별법, 상속세 인하, 연금개혁 등은 모두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으로 강력히 추진해 온 정책"이라며 "민주당이 훔친 장물을 대단한 개혁이라도 되는 듯이 선물처럼 나눠주며 산타클로스 흉내를 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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