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여의도의 시계가 빠르게 조기 대선 모드로 바뀌고 있다. 여야 대권 잠룡들도 당내 세 결집에 나서거나 공개 행보를 늘리며 물밑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국면에서 향후 정국의 향방을 가를 변수에 관심이 모아진다. 탄핵 인용·기각 여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 보수 결집의 지속성 등은 파급력이 큰 변수들이다.
◇헌법재판소 심판=헌재는 20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진행했다. 마무리 수순이다. 헌재는 양측의 최후 변론과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을 들은 뒤 이르면 3월 중순에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내 조기대선을 치러야 한다. 반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일단 업무에 복귀한다.
여당은 '기각', 야당은 '인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여론전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여론의 향배가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헌재 입장에선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까진 인용 여론이 높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17~19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를 보면 탄핵소추를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55%,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이 39%였다.
◇이재명 대표 재판=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이어 이 대표 공직선거법 2심 결과도 3월 중순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선고 결과는 대선 판도를 뒤흔들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대표가 2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 받는다면 독주 체제를 굳힐 수 있다. 당 장악력도 확고해지고 비명(비이재명)계 대권 잠룡들의 대두를 압도할 수 있다.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다분하다. 여당 대권주자들의 행보도 주춤할 수 있다.
반면 1심 판결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 그대로 유지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 안팎에선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고, 비명(비이재명)계 잠룡들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당은 '범법자 대권후보'라며 총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이 대표를 향해 "존재 자체가 형법 교과서인 사람"이라고 겨냥했다. 30~40%대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이 대표 지지율도 떨어질 수 있다.
◇보수 결집=보수세력 결집이 탄핵 심판 이후에도 이어질 지 관심사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응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당초 탄핵 반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모였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국민의힘도 중도층·수도권·청년층을 공략하는 외연 확장 노선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결집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는 다르다"며 "그때보다 탄핵반대 의견도 높고, 인용될 경우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도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수층에서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대선이 민주당에게 크게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누가 대선 후보가 되고 당의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다"고 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10차 변론이 열린 가운데 윤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